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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0:13 조회 92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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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부-



“아이 참...... 이제 그만 화 풀고 인상 좀 펴 봐. 얘들처럼 왜 그래?”



“......”



강주와 민희는 모텔을 빠져나와 근처의 편의점에서 커피를 빼 마시고 있다. 여전히 강주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고 민희는 보채는 아이를 달래듯 강주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준다.

강주는 지긋이 민희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는 강주의 모습에서 민희는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친동기간처럼 진심으로 자신의 처지를 염려해주는 강주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찡한 마음에 어느새 민희의 얼굴도 울상으로 변해 버린다.



“야, 야...... 너야말로 왜 인상을 쓰고 지랄이냐? 지랄이......”



“치...... 저리 비켜. 너 때문에 그러잖아.”



“알았어. 인상 펴...... 무슨 수가 있겠지.”



“씨...... 너부터 펴......”



“하하하...... 너 인상 쓰고 있으니까 제법 볼만 하다. 야...... 하하하......”



“이 씨...... 너, 죽을래?”



토닥거리며 다투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다. 짧은 말 한마디에도 복선을 깔아 상대의 진의를 쉽사리 알 수 없는 살벌한 격전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로의 처지를 마음 써주는 입장으로 변해 버렸다. 출세를 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자면 민희와의 관계의 진전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강주에게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여자라기보다는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시켜 보호해 줘야 할 한 식구라는 입장이 강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사내들의 입장에 많은 여자들과 로맨스를 즐기는 것을 싫어할 리는 없지만 어디까지를 가족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민희의 마음이야 어떻든지 강주는 나름의 입장을 정리한 듯 앙다문 입술로 결의를 엿보게 한다.



“응? 부소장?......”



“네, 소장님, 접니다.”



“그래, 수고 많지?”



“네, 지금...... 세 군데 째 돌아보고 있는데요. 그...... 왜....... 대나무 돗자리 판매하는 최사장이요......”



“으응...... 그래......”



“이쪽에서 만났는데, 희한한 소리를 하네요?”



“뭐라고 하는데......”



“뭐...... 우리도 익히 아는 일이긴 하지만 점두는 아예 닦아 먹는 것 같고...... 중요한 건 이번에 아주 정식입점을 하려고 하는데 판매계약을 리베이트로 자꾸 유도를 한다고 하네요. 부가가치세 문제도 있고 해서 D.C로 가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 해 준답니다.”



“그래? 음......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 계약 담당자가 누구래?”



“이상한 게 그거예요. 담당자는 통과했는데...... 윗선에서 자꾸 그런답니다.”



“그게 누구래?”



“무슨 부장이라던데......”



“그래, 알았어. 그...... 최사장한테는 계약하지 말고 좀 기다리라고 하고......”



강주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민희를 바라보고 민희도 강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한 모습이다.



“민희야. 너...... 경주 남편이 한다는 변호사 사무실 위치 알고 있니?”



“응...... 거긴 왜?......”



“응, 확인할 게 좀 있어. 안내해 봐. 얼른 차에 타.”



차 안에서도 강주는 민희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외견상 보이는 대로라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의사가 개업을 해서 자기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연봉이야 높은 편이겠지만 일반 월급쟁이와 다를 것도 썩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회장과 모종의 밀약으로 병원을 구하고, 병원으로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류층 인사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이곳에서 저곳으로 품을 팔고 다니는 들병이와 같은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면 정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지 안타까워 마치 민희의 손에서 답이라도 찾으려는 듯 땀이 배이도록 쥔 그녀의 손을 놓지 못한다.



“저 건물 삼층이야.”



“그래, 올라가자.”



사무장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명함을 내밀자 반가이 맞아 준다. 잠시 후 경주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내와도 인사를 나누고 용건을 설명한다. 이 사내도 이른 바 상류층 인사일 테지만 시궁창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을 터 이미 자신과는 한 구멍을 이용하고 있는 처지니 강주에게는 감회가 남다르다.



“음...... 우리 유통에서 거래처와 계약을 할 때 여기 이 사무실에다 뭔가 의뢰를 하는 모양이던데......”



“아! 네...... 저희들이 공증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 그러면 부본을 보관하고 계실 텐데,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그러시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변호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무장과 직원이 움직이고 잠시 후에 테이블 위에는 수북한 문서가 쌓인다. 강주는 한참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문서를 확인하다가 직원에게 부탁을 한다.



“자, 지금 이 페이지가 나오도록 모두 준비를 해 주시겠어요?”



강주의 부탁을 듣고는 여러 사람이 매달려 서류를 넘기며 해당 페이지를 찾아 준다. 어느새 곁에 왔는지 민희도 고개를 빼고 어깨너머로 바라본다.



“후후...... 뭐 보면 알겠어?”



“어머! 이사님......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잠시 뜨끔한 느낌이다. 이젠 가족처럼 느껴지는 민희인지라 별 뜻 없이 말을 놓아버렸는데, 대뜸 이사라며 존댓말을 해오는 민희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다. 그녀의 삶의 방식이 다시 한 번 폐부를 찌르며 강주의 측은지심을 자극한다. 마치 대단한 복선이라도 깔려 있었던 것처럼 알 수 없던 그녀의 진면목을 알고 나니 오히려 삶의 한 자락을 붙들고 놓치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모습이 견딜 수 없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잠시 후 강주는 약 이십 부 정도의 서류를 추려내 카피를 부탁한다.



“자,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거...... 갑자기 찾아와서 정신만 빼놓고 갑니다. 언제 시간 만들어서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제가 이사님께 대접해 드려야지요. 언제 한 번 연락 주십시오.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네, 그럼......”



서류를 차 뒷자리에 던져두고 운전석에 올라앉아 민희를 바라본다.



“오늘 나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겨서 어떻게 해?”



“어머! 은근히 기분 나빠지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사이에......”



이미 강주에게는 민희가 측은하게만 보여 실없는 소리로 그녀를 자극한다.



“큭...... 우리가 무슨 사인데?......”



“어쭈, 최이사...... 너 자꾸 까불래? 호호호......”



“야, 서방님한테 최이사가 뭐냐? 참, 어떻게 할래? 집으로 갈 거야?”



“아니야...... 차도 병원에 있는데...... 구월동에 내려 줘.”



병원 근처에 도착해 민희를 내려주며 다시 당부를 하기 위해 손을 잡고 민희도 강주를 한참 바라본다.



“민희야, 이제 나...... 남처럼 생각하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지만, 제부로도 생각 안 할 거야. 나하고 둘만 있을 때는...... 자기도 알았지.”



“그래, 잘 있어. 간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부소장 생각이 난다. 출소한 후에 술도 한 잔 못한 채 바로 실무에 투입시켜 미안하기도 하고 영통의 하모니 카페 장마담의 뒷일도 궁금하여 그곳에서 술이나 한 잔 할 생각으로 휴대폰을 찾는다.



“어! 이런......”



이미 전화가 여러 번 걸려온 모양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옷을 벗어두고 서류와 한참 씨름을 하느라 미처 못 받은 모양이다.



“여보세요? 전화하신 분이......”



“네, 이사님이세요? 저 본점 점장입니다.”



“아! 네, 네..... 왜요? 아 참, 술 한 잔 하자고 했었지요?”



“네...... 그런데...... 지금 바쁘세요?”



“아, 아닙니다. 내가 깜빡 잊고 지금 다른 데에 가려다가...... 하하하...... 지금 어딥니까?”



“네, 이제 곧 마칠 때 됐거든요.”



“음...... 그럼 내가 그리 가지요. 매장 앞에서 기다리세요.”



할 수 없이 부소장의 일은 뒤로 미루게 되고, 장마담도 보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매장에는 이미 불이 꺼지고 주차장 입구에 점장이 나와 서 있는 모습이 보여 조수석 문을 내리고 자세를 숙여 점장을 바라본다.



“어디로 갈까요? 근처에는 마땅한 데가 없는 모양이던데......”



강주가 어디로 갈지 난색을 표하자 점장은 더 곤란해진다. 이사 정도 되는 인물을 대폿집으로 안내할 수도 없고 술을 한 잔 하자고는 했는데 주머니 사정으로 보아 매우 곤란한 모양이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있다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차창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대꾸를 한다.



“차라리...... 이사님 숙소도 마땅치 않으실 텐데...... 저희 집에 빈 방이 하나 있으니 편안하게 저희 집에서 한 잔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말씀하시기도 조용하고...... 그게 안 좋겠습니까?”



“음...... 뭐, 저야 좋습니다만, 식구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고...... 아닙니다. 그럼 제가 앞서 갈 테니까 따라오십시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럽시다.”



아파트 밀집촌을 벗어나 한참을 달려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다가 뒷좌석의 서류가 생각나 옆구리에 끼고 점장을 따라 계단을 올라선다. 강주의 내심으로는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혜숙이를 내몰았던 점장의 모친도 보고 싶고 그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부인도 보고 싶어 선뜻 응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다시 가족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피와 내 살을 갖고 태어나야만 내 자식인지 모르겠다. 사회문화 환경은 갈수록 정체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그 필연의 결과인지 살아가는 방법도 점점 복잡해져 그 이면에는 부모자식 간에 패륜의 싸움도 일어나고 심지어는 그 사이에서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혼하는 가정 뿐 아니라 애초에 사생아로 이름 지어지는 아이들도 있어 부모 없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혜숙이의 경우처럼 자식이 없어 아픔을 겪는 부모들도 있다니 이 경우에도 신의 섭리는 공평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한다지만 내 이웃은커녕 내 가족의 범주도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것이 슬프지만 현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어머! 손님이 오신다고 미리 전화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아! 미안해. 갑자기 그렇게 됐어...... 우리 회사 이사님이셔. 인사 드려.”



“어머! 아유,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네, 네...... 이거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밤늦게 미안합니다.”



잠시 방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다시 나와 여자는 술상을 마련하고 점장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술을 사러 가는 모양이다. 남편에게 처한 입장을 들었을 테니 여자의 태도가 고분고분해진다. 남편보다 훨씬 젊은 사내가 이사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여자 신세 뒤웅박 팔자려니 하고 상을 차리는 것일 게다.

술상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



“그런데...... 모친도 계신다고 들었는데......”



“네...... 지금은 따로 모시고 있습니다. 저희야 직장 일로 이렇게 이사를 왔지만 어머니는 친구 분들도 다 수원에 계시니까......”



“네, 그러시군요.”



이것도 넌 센스가 아닐 수 없다. 가정을 영위하고자 가족 간에 흩어져 산다는 말이라니, 최근 조기유학 붐을 타고 헤어져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외지에 나가있는 부인들로부터 이혼을 당한다는 소식들이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것도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혜숙이를 그리 하고 썩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강주의 입 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그럼 자제분은......”



“아직......”



마치 강주의 질문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점장의 뒷덜미가 뻣뻣해진다.



“자, 자...... 술 한 잔 하십시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강주의 입에서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점장이 다시 긴장이 되는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음...... 점장님이 관리하는 매장에 전체 이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습니까?”



“네, 요즘 가격을 많이 낮추어서 십 퍼센트 정도 밖에 안 나옵니다.”



“네...... 그렇군요. 그래 가지고 인건비하고 판매관리비 제하고 나면...... 음...... 점두에서 코너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씩이나 받습니까?”



점장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사라는 사람이 경영수업만 닦은 게 아니라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건드릴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강주야 말로 온갖 부정행위에 달통한 인물이니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네, 그건...... 오만 원 정도 받을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건 더 받을 때도 있습니다.”



“자, 그건 영업외 이익이니까 그야말로 생으로 거저먹는 거라고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하루에 점두 수입이 십만 원씩 생긴다면 한 달이면 삼백만 원 아닙니까? 뭐, 물론 매일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생길 때도 있고 안 생길 때도 있으니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네, 네......”



“그럼 삼백만 원의 수익이 나려면 그 매장 수익률이 십 퍼센트라니까 삼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생길 수 있는 수익이란 말이죠.”



“네, 그렇지요.”



“그거...... 올바르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강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점장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영업수지가 비록 안 좋아도 어차피 시설투자는 되어있는 마당에 가외로 발생하는 수입을 잘 챙겨서 경상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그게 관리가 잘 안 되는 모양입디다. 그래서 수가 낮은 하수라는 거예요. 뭐...... 소소하게 용돈으로 쓰는 정도도 사실은 안 되는 거지만, 우리 회사 판공비 시스템도 보나 마나일 테니 나름대로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내년 농사지을 종자까지 털어서 이 회사 말아먹고 나면 그 다음엔 어디서 농사지을 겁니까?”



“......”



“뭐, 비단 점장님만 그렇다는 게 아니에요. 지금 감찰하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받은 보고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립니다. 특히 이것 보세요.”



강주는 옆에 내려 둔 봉투를 흔들며 말을 잇는다.



“황부장?...... 회사 간부라는 사람이 계약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뒷돈을 빼먹고 있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위에서 아래까지 하나같이 썩어서......”



점장이 더 이상 어찌 할 도리가 없는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부인도 덩달아 남편과 강주의 눈치를 번갈아 볼 뿐이다.



“사실 말씀을 하시니까 숨길 수도 없지만 저희 점장들도 그 돈 다 쓰는 건 아니고 일부는 위로 올리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판공비도 별로 없으니 그렇게 암묵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점장님은 그 황부장이란 인물이 스카우트를 해 왔다던데...... 이거 일이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아닙니다. 이사님...... 저야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된다는 걸 이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야 그렇지...... 아무튼 점장님은 별개로 생각할 테니까 너무 염려는 마시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나 매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관리하세요. 그러고 나서 월급이 적으면 올려달라고 요구를 해야지. 암중으로 그러면 기반이 약한 회사는 금방 주저앉을 수밖에 없잖아요. 빼먹어도 요령껏 빼먹어야지. 언제든지 내가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철저하게 관리를 하세요.”



“네.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돌아보지 않아도 상황을 대충은 알 것 같고 이제 며칠 안에 결과도 모두 나올 거니까...... 아예 알 만한 점장들에게는 미리 말을 해 주세요. 살아남으려면 마음 바꿔먹고 제대로 근무하라고...... 조만간에 전체 교육이 한 번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황부장이라는 인물하곤 확실히 손 끊으세요. 알았습니까?”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허허...... 점장님, 의외로 소심하시네요. 뭘 그리 긴장을 하고 그럽니까? 자,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어머! 참...... 이사님 방을 봐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창문을 열어두니 시원한 밤공기가 들어온다. 연립 주변으로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서늘하기까지 하여 이부자리가 낯 선 곳에서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새소리에 눈을 뜬다. 이미 점장은 출근 준비를 마쳤는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서 눈을 떴으니 출근하는 사람을 바쁘게 따라 나서기도 민망하여 누운 채 잠시 기다린다.



“자, 그럼...... 나 먼저 나갈 테니까...... 이사님 깨시면 식사 대접 잘 하고 행여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잘 해.”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녁에 일찍 오세요.”



“응, 간다.”



잠시 후 점장의 차에 시동이 걸리고 현관문도 닫히는 소리가 들려 세수를 하기 위해 거실로 나선다.

방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지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강주로 하여금 화장실로 한 발을 집어넣었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나와 귀를 기울이게 한다.



“네...... 지금 저희 집에서 자고 있어요.”



“......”



“이사라고 하던데 부장님은 모르세요? 무슨 봉투를 흔들면서 부장님 얘기를 하던데......”



“......”



“아유, 무서워요. 그걸 어떻게......”



상황이 짐작된 강주는 살며시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부자리에 눕는다. 밤중에도 남편이 함께 있으니 전화를 못하고 있다가 출근한 이후에 화급히 전화를 해주는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야...... 이것들 봐라?...... 남편 모르게 황부장이란 놈하고 붙어먹는 모양인데......”



잠시 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깬 듯 부스스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거실로 나선다.



“아이고..... 이런...... 네, 제가 늦잠을 잤군요. 점장님은 벌써 나가셨나요?”



“네, 이사님...... 어서 씻고 식사하셔야지요.”



“네, 네...... 아유, 이거 폐가 많습니다.”



일부러 넉넉하게 시간을 주려고 천천히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는다. 점장의 아내는 무언가 바쁜 일이 있는 척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전화기를 강주는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차려진 밥상이 제법 그럴 듯하여 과음을 한 뒤인데도 식사를 하는 데에는 힘이 들지 않아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만족한 식사를 마친다.



“아...... 잘 먹었습니다.”



옷을 챙기는 척 방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서류봉투를 건드렸는지 위치가 흐트러져 있다.



“이런...... 배터리가 다 됐네요. 전화기 좀 쓸까요?”



“네...... 이사님, 여기 있습니다.”



전화기를 받아들고 점장의 아내를 바라보며 소파에 걸터앉는다.



“제 서류는 왜 건드렸습니까?”



“네. 네?...... 아닌데요? 제가 왜?......”



“지금 이 전화 재다이얼 누르면 황부장이 나올 텐데.....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황부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물어 볼까요? 점장도 두 사람 사이 압니까?”



다짜고짜 들이치는 강주의 질문에 점장의 아내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서 있다. 너무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라 어찌 처신해야 할지 몰라 그럴 것이니 순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민희의 기민했던 대응이 떠오르며 그녀를 그렇게 되도록 몰아간 모든 것들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소리를 치게 한다.



“빨리 말 안 할 거야?”



“아유...... 이사님, 안 돼요.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언제부터 그랬어? 사실대로 말해 봐.”



“네, 네?......”



“황부장하고 두 사람 사이 말이야.”



“네...... 저이 취직 문제 때문에 부탁드리러 왔을 때......”



“내가 네 남편에 대해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전화를 한 이유는 뭐야? 황부장이 걱정 돼서 그런 거야?”



“저...... 그게 아니라......”



“으응...... 양다리를 걸쳐 두시겠다...... 그거로군.”



“죄, 죄송해요.”



“그럼, 기왕 양다리를 걸칠 거면 확실하게 걸쳐야지.”



강주는 천천히 일어서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고 점장의 아내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엉거주춤 일어서 처분만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남편의 안전은 고사하고 강주의 짐작에 자신의 부정만 드러난 꼴이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아득할 뿐이다.

아직 깔려있는 이부자리로 그녀를 이끌고 들어가 방문을 닫아버린다. 이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강주의 원하는 바를 채워주기 위해 옷을 벗는다.



“이리 대. 똑바로......”



책상을 짚고 서있는 그녀를 거칠게 다룬다. 골반을 잡아 돌려 강주를 향하게 하고 발기한 좆을 음문으로 들이민다. 이 여자가 개인적으로 강주에게 잘못했다면 황부장에게 기밀을 발설한 죄이겠지만 지금 강주의 머릿속은 혜숙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알 수 없는 복수심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씨바...... 후욱......”



“아아아학...... 아파요......”



아직 물도 흐르지 않은 곳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니 점장의 아내는 찢어질 듯 밀려오는 고통에 엉덩이를 빼 보려 하지만 강주의 억센 팔에 붙잡혀 고스란히 고문을 당하고 있다.



“이 씨바......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야. 가만히 있어. 내가 지금 너 기분 좋으라고 해 주는 줄 아냐?”



“하윽, 제발...... 살살......”



“후욱, 후욱, 후욱......”



“아학....... 하아아악....... 아아악......”



아무런 애정도 담겨있지 않은 그저 좆만 드나들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몸이란 신비한 것이어서 질에서는 액이 흐르고 점점 달아오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강주의 좆도 물어 오는 질의 느낌에 점점 더 힘을 얻어 강하게 팽창한다.



“아아흑, 하아악...... 이사니임...... 하으윽......”



“이런...... 후욱, 씨바...... 닥치지 못해...... 내가 네 서방이냐...... 후욱......”



한참의 좆질에 점장의 아내는 이미 여러 번 물을 쏟아 질이 질펀해져 버리고 흥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항문을 건드려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해 버린다. 지금의 이 행위가 아무래도 강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저 좆질에 불과한 때문인 모양이다.



“꿇어 앉아.”



갑자기 좆을 꺼내 버리고 머리카락을 쥐어 주저앉힌다. 점장의 아내는 멀뚱히 강주를 바라보다가 눈앞에 와 있는 좆을 보고 양손으로 감아쥐어 입으로 물어간다. 두 눈 가득히 열망이 끓어올라 지금이라면 무슨 짓을 시켜도 다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기도 해 강주의 입 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흐으윽...... 더 세게...... 빨리......”



“츄우우웁....... 후루룩....... 턱, 턱......”



강주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양 손에 말아 쥐고 허리를 강하게 놀린다. 목구멍 깊숙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강주의 좆 때문에 몇 번의 토악질이 올라오지만 머리를 붙잡혀 도망 칠 수도 없이 그저 당하고만 있어 호흡이 곤란한 지경까지 몰려간다.



“후욱, 후욱......”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는지 입을 벌려 틈을 만들고 숨을 쉬느라 강주의 좆이 이에 부딪힌다. 순간 통증에 멈칫했지만 강주는 허리놀림을 멈추질 않는다.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지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후우우욱...... 울컥...... 꿀럭.......”



“우우웁, 우욱....... 꿀꺽....... 꿀꺽....... 우우우욱......”



강주에게 붙잡혀 도망 갈 수도 없으니 좆물을 받아 삼키고는 토악질을 하고 있다. 고통스러웠는지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고통을 주고 난 후 쾌감을 느끼는지 강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의 팔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 물을 튼다. 아무 말도 없이, 후희를 베풀지도 않으니 자신의 욕정만 풀고 내버려 두는 것은 여자에겐 징벌이나 다름없을 터 강주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를 하는 모양이다.



“네 탓은 아니겠지만 내 친구를 불행하게 만들고도 행복하게 못 사는 벌이라고 생각해.”



흐르는 듯 알 수 없는 강주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점장의 아내는 자기 앞일이 걱정스러운 듯 서러운 눈물만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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