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리 연쇄살인사건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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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1:57 조회 1,208회 댓글 0건본문
무소의 뿔입니다.
연재가 너무 늦죠? 먹고 살아야 겠기에...
앞써 말씀드렸듯이 야설과는 조금 거리가 먼...^^;;
똘똘이 머리가 아닌 진짜 머리를 쪼금 굴리는 글이라 혹시나 므훗한 기대(?)를 안고 보시는 독자님께는 죄송하다는...
처음 접하신 분은 처음부터 정독해서 읽어보시면.... 음... 재미??... 커흠~!
쓸데없는 잡소리 집어치우고... 4부 시작하겠습니다.
4부 감식결과
이태리 명품 실크 와이셔츠…
안개에 갇힐 것 같았던 수사의 첫 단추를 잡았다. 여자가 와이셔츠를 살 때 내민 카드는 S사 VVIP용이었다.
카드명의자는 옷가게에서 멀지 않는, 역시 광역시 상류층 거주지역에 위치한 ‘성형외과’ 원장 최정재였다.
강두와 영숙은 곧바로 문제의 성형외과로 갔다.
지역의 제일 중심지에 위치한 건물의 로얄층에 위치한 병원은 엘리베이트부터 대리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돈냄새가 풀풀 풍겼다.
여름방학 시즌이라서인지 병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략 15명 정도…
젊은 여자.. 덜 젊은 여자.. 이쁜 여자.. 덜 이쁜 여자… 온통 여자였다.
강두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오전의 옷가게 매장에서부터 배알이 꼴려있던 강두는 병원에 들어서서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그리고 있었다.
“ 에이 씨발… 돈지랄들을 하고 있구만 “
오전의 옷가게 매장에서부터 배알이 꼴려있던 강두는 병원문을 들어서자마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그리며 뇌까렸다. 병원로비에 있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사람에게로 쏠렸다.
“ 좀 조용히 하시죠. 이형사님! “
영숙은 강두를 흘겨보고는 접수를 보는 간호사에게로 다가갔다. 간호사의 미모는 남달랐다. 성형의 냄새가 짙게 풍기긴 했지만, 칼로 빚어놓은 듯한 조각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불안을 안은 간호사에게 원장과의 면담을 청했다.
“ 네.. 지금 진료중이신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간호사의 뒷모습을 요즘 젊은 애들 말로 강두는 므훗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강두를 영숙은 불쾌한 시선으로 보았다.
잠시 진료를 중단한 원장 최정재는 원장실로 들어서는 두사람을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성형외과 의사 특유의 버릇인가? 영숙과 강두 역시 매의 시선으로 최정재를 바라보았다.
“ 어쩐 일이시죠? “
“ 예.. 우리는 북부서 강력계 경찰입니다. 최정재씨죠? 혹시 이 여성분 아십니까? “ 영숙은 바로 여자의 사진을 정재의 눈앞으로 디밀었다.
“ ….. 허헉! 이게 뭔 사진이요? 이거… 우리 와이프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요? “
정재의 차분하던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손까지 떨고 있었다.
“ 그저께 덕명의 호연리 모텔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정재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 흐흑흑! 어떤 놈이.. 어떤 놈이 그랬나요? “
강두는 차분하게 그간의 사건개요를 설명한 후 정재에게서 시선을 잠시 거둬들였다. 정재로 하여금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강두는 시선을 거둬들였지만, 영숙은 정재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정재의 울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강두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영숙은 정재의 동의를 구한후 핸드폰으로 둘의 대화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 슬프고, 충격적이시겠지만 몇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8.3일 화요일 10시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어디 계셨습니까? “
“ 학회포럼 끝나고 동료들과 술한잔 하고는 12시쯤 집에 들어와서 잤습니다 “
“ 아내분께서 집에 없었을텐데… 아.. 그전에 아내분 성함이? “
“ 최미정이요… “
“ 자녀분은? “
“ 아들 하나있는데.. 지금은 호주에 있소. 지 고모가 거기 있어서… “
아내의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정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 아.. 그렇군요. 그건 뭐 저희들이 좀 더 조사해보면 될테고… 아! 아까 질문… 아내분이랑 같이 살지 않나요? 집에 들어온 줄 몰랐나요? “
“ 아뇨.. 알았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간의 사생활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 편이라…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 사랑했어요 “
“ 음… 그렇군요 “
“ 집에는 혼자 계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같이 사나요? “
“ 집안일 하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세요. 같이 생활하고 있죠 “
“ 네..그렇군요. 12시에 집에 도착하시고… 그럼 그 다음은요? “
“ 12시쯤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자고 계시길래 그냥 제방으로 들어와서는 씻고 잤습니다. 와이프가 안들어왔길래 모임에서 늦다보다 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거든요. 종종 밤새고 오는 일도 잦고… 와이프도 나름대로의 본인직업이 있으니깐… 우리 부부는 그런거 가지고는 서로간에 간섭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늘 그렇듯 5:30분정도에 일어나서는 샤워하고, 아주머니가 차려준 아침먹고 6:30분쯤 집을 나서서는 7:10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부인께서는 8.3일 10:30분쯤 호연리 레이크모텔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한명이랑 투숙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7:30분경에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최초 발견되었습니다. 자세한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범인은 사체 하복부를 칼로 잔인하게 난도질을 했습니다. 혹시 부인께 원한 품을 만한 사람은 없었나요? “
“ 헉! 칼로요? 오… 이런… 흑흑… 와이프 일거수 일투족을 알 수는 없지만, 원한 살만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 정재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혹시 부인께 다른 남자는 없었나요? “
“ 네? “
“ 어… 그러니까… 애인이나, 내연의 남자… “
“ 아뇨. 없었어요 “
“ 네… 그렇군요. 뭣 때문에 물어보냐 하면, 원장님 명의로 된 카드로 부인께서 같이 투숙했던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실크와이셔츠를 구입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원장님을 찾아오게 된 거구요 “
“ 카드..? 아.. 네… 제가 선물로 S사카드 VVIP용을 하나 해줬었습니다. 뭘 구입하는지 이런 것은 저는 상관안합니다. “
“ 그럼… 이 남자는 혹시 아십니까? “ 강두는 영숙에게서 남자의 사진을 건네받아 정재에게 내밀었다.
“ …… 아뇨.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요. 이놈이 우리 와이프를 죽였나요? 사진이 이상한데… “
“ 아직 잘 모릅니다. 이 남자가 입고 있는 이 실크와이셔츠를 부인께서 원장님 카드로 구입한 뒤 이 남자에게 선물한 것 같습니다. 이 남자 역시 잔인하게 타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 아뇨. 전혀 모르겠습니다. “
“ 일단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추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연락드릴테니 멀리 가지 마시구요 “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정재를 뒤로 하고, 강두와 영숙은 원장실을 나섰다. 접수간호사와 대기손님들이 뭔일인가 싶어 두사람을 쳐다봤다. 간호사는 원장실을 들어갔다 나오더니 오늘 진료는 사정상 더 이상 안본다는 양해를 손님들에게 구했다. 그런 간호사를 강두는 대기실 자판기커피를 홀짝거리며, 므훗한 미소와 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남편은 별로 이상한 점 없죠? “ 병원을 나서며 영숙은 물었다.
“ 모르지… 요. 김소장…님은 어떻게 보셨… 수? “
“ 이형사님! 예의 갖추시죠! 제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계급도 위고, 계급을 떠나서 같은 동료로써 존대말을 했으면 좋겠네요. 말 놓는것도 아니고, 존대하는 것도 아니고… “
“ …. 나 참… 아.. 알았소. 까칠하기는… 이거 무서워서 어디… 풋! “
“ 이형사님!!! “
“ 아.. 알았다니깐… 요! 킥킥 “
“ 저랑 말다툼하는게 재미있어요? 제가 분명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일 얘기를 하는데 자꾸 왜 그러세요? “
“ 흠… 흠!! “ 점점 정색을 하는 영숙에게 더 이상 농을 걸다가는 망신을 당하겠는지 강두는 머리를 긁적였다.
“ 아직은 잘 몰라요. 사체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뒷처리를 한 놈이라면, 분명 의도된 살인일 것이고, 그렇다면 철저하게 연기를 하겠죠. 내가 봤을때도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긴 하던데… 아무튼 감식결과가 모레 1차적으로 나온다니 한번 보고 또 생각해봅시다 “
수사본부에 돌아온 강두는 조사상황을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고무되었다.
“ 좋았어. 신원이 밝혀졌으니, 일단 끈은 잡았네. 강두하고 김소장님은 최미정을 더 조사해보고, 김형사 조형사는 남자쪽 조사해. 진수는 차바퀴 더 알아봐. 남자시체와 연관이 있을 수 있으니깐.. “
하루종일 차바퀴만 보고 다닌 진수는 죽상을 썼다.
“ 아놔~! 팀장님.. 그걸 언제 찾아요? 아.. 정말! 하루종일 차바퀴만 보고 다녔어요. 허리아파 죽겠다구요 “
“ 꼴통! 너 그러니깐 꼴통이란 얘기 듣는거야. 머리를 써라 머리를.. 니 머리는 장식이냐? 차바퀴자국 사진 타이어 제조회사에 돌려. 타이어회사마다 무늬가 다 틀려. 그럼 조사하기 좀 더 편할꺼야. “
“ 아… 그래요? 우리 좆두강두 형님! 머리가 두개인 형님은 역쉬~! 다릅니다. 짱~! “
“ 야이.. 새끼… 죽을래? “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진수를 향해 강두가 으름장을 놓았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킥킥 거리렸다.
“ 아… 조용! 조용! 그리고.. 오늘 중대한 발표를 하나 하겠습니다. 원래 서장님께서 직접 발표할려고 했는데.. 제가 대신합니다. 지금 태정동 강도사건과 이번 사건이 겹쳐 여론이 굉장히 안좋습니다. 뭐 하나라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됩니다. 해서… 이번 사건의 최대한 빠른 해결을 위해 서장님께서는 이번 사건과 이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영숙 소장을 우리팀으로 발령냈습니다. 김영숙 소장도 흔쾌히 수락했고요. 지금부터 김소장이 아니라 김형사로 불러주시고, 팀원들은 많이 도와주기 바랍니다. 우리 다같이 환영의 박수~! “
“ 와~! 우~! 짝짝짝! “ 갑작스런 인사발령에 팀원들은 잠시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곧 환영해주었다.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인가? 모두가 반겨주었다. 강두만 빼고… 여자라면 사족을 못써는 강두이건만,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니, 좋았다. 무지 좋은데 다만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마치 사춘기 소년이 ‘소녀’를 좋아하는 속마음을 친구들한테 들켰을 때처럼…
“ 김형사의 이번 사건 파트너는 강두야. 야.. 강두! 김형사 잘 도와줘. 아니 니가 많이 도움 받겠다 “
“ 에이.. 씨발.. 뭔 말씀을… 아.. 고생길 열렸네. 꼴통진수 저거 교육시킬때도 내한테 카두만… 또 신입교육입니까? “
“ 야 임마..! 김형사 얼마나 능력있는 줄 알아? 현장경험이 없었다 뿐이지 남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 좆도 모르는 강두야… 알겠어? 김형사! 강두랑 잘 맞춰서 사건해결 최대한 빨리 해보자고 “ 네.. 알겠습니다. “ 영숙은 미소로 나직히 대답했다.
영숙은 결의에 차있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감했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의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 직감이 생각보다 더 잘 풀리고 있었다. 다만, 파트너가 끈적거리는 것만 빼고는…
드디어 기다리던 1차 부검결과가 나왔다.
북부서 상황실에서 강력1팀 전원과 2,3팀장 그리고 강력반장까지 모였다.
영숙 역시 참석하였다. 깔끔하면서도 활동성 좋은, 약간은 타이트한 칠부 면바지에 스니커즈를 매치하고, 상의 역시 활동하기 편한 티셔츠에 머리는 뒤로 묶은 모습에서 튀지도 않으면서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고 있었다.
1팀장의 사건개요 설명이 있은 후 곧바로 감식반장의 1차 감식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 먼저 발견된 여자사체 최미정에 대한 감식결과입니다.
1.사망시간은 8.4일 01:30분정도로 추정됩니다.
2.사체에서 타액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체 뿐만 아니라, 현장 어디에서도 타액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3.직접사인은 약물과다투여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팔에 주사바늘 자국이 여러 개 발견되었으며, 투여약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과수에 의례해놨습니다만,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포폴’ 일명 ‘우유주사’로 추정됩니다. 즉,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인한 호흡장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4.다음 하복부에 발견된 자상입니다. 총 발견된 자상은 11군데.. 주로 배꼽밑 하복부에서 시작하여 성기를 향해 아래로 힘껏 내리 그은 자상입니다. 조사결과 범인은 사망자가 약물과다로 사망한 후 사체를 욕실로 옮기고는 날카로운 칼...칼의 길이는 10cm, 칼날의 폭은 3cm정도로 추정됩니다. 그 칼로 한번에 하복부를 찌른 후 힘을 주어 성기까지 찢듯이 내려 그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반뼈까지 자상의 흔적이 뚜렷할 정도로 범인은 있는 힘을 다해 칼부림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5.범인은 주도면밀한 놈인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나, 지문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텔청소부가 청소한 직후라 진공청소기까지 조사했지만 이렇다할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
“프로포폴? 그거 성형외과에서 주로 쓰이는 마취제인데… 그럼 최미정의 남편? “
강두는 영숙을 바라보았다. 영숙 또한 눈이 빛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남자사체에 대한 감식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 다음, 두번째 저수지에서 발견된 남자사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1.사망 추정시간은 8.3일 23시경으로 추정됩니다.
2.직접사인은 과다출혈입니다. 먼저 발견된 여자사체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복부에서 발견된 여러군데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직접사인입니다. 피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칼에 찔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손이나 팔등에 칼자국이 나있는 것으로 보아 반항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사망후 저수지에 빠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폐에 물이 차지 않았습니다. 피부가 물에 불은 정도로 사체가 물에 빠진 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데 대략 8시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시각이 8.5일 05시경이니까 범인은 8.3일 23시경 남자를 살해한 후 곧바로 저수지에 빠트린 것이 아니라, 8.4일 21시경에 저수지에 빠트린 것이죠. 즉, 다른 장소에서 살해한 후 약 10시간이 경과한 후에 저주지로 옮겨와 빠트렸다는 추론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발견된 자상은 최미정에게 발견된 자상과 유사합니다만, 찌른 칼이 길이가 15cm, 폭은 4cm 정도로 다릅니다. 역시 배꼽밑 하복부를 깊이 찌른후 성기를 향해 내리그었는데 여자사체와는 달리 골반뼈의 자상 흔적이 미약합니다. 특징은 성기는 물론 고환까지 잘라냈습니다.
3.상의 실크브라우스는 이태리제 고급 실크 와이셔츠입니다. 시중가 80만원 가량 합니다. 이 와이셔츠를 단서로 여자사체 최미정의 신원을 이강두형사와 김영숙형사가 밝혀냈습니다. 그러므로 남자사체는 최미정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이외 다른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강두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남자사체가 발견됐을 때 꼴통진수의 말처럼, 남자사체가 최미정을 살해한 후 또 다른 범인에게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하였으나, 감식결과는 예상을 완전 뒤집었다. 그럼? 범인은 남자를 먼저 살해한 후 최미정을 연이어 살해했을까?
‘ 아냐… 최미정이 제3의 남자와 모텔에 들어온 시각이 10:30분.. 남자의 사망시간은 11시.. 동일범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의 앞뒤가 맞지 않잖아.. 아… 씨발… 머리 아파… ‘
최미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동일인이라고 생각했던 최미정의 남자와 저수지의 남자는 완전별개의 인물이 되는 것이었다.
‘ 그런데 왜 옷이 똑같지? 범인은 하나가 아니라… 둘?
감식반의 브리핑후 강력1팀은 회의에 들어갔다.
강두가 종합했다.
“ 일단은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됩니다만… 그 수법이 도를 좀 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살인 같기도 합니다. 최미정의 남편 최정재는 성형외과 의사입니다. 최미정의 직접사인이 프로포폴 과다투여이기 때문에 관련성을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차 조사때는 특이점을 발견 못했지만 추가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문제는 이 두건의 살인이 언뜻 보기에는 동일범의 소행인 것 같지만, 감식반의 사망추정시간이 맞다면 범인은 둘이란 것입니다. “
1팀원들 표정들이 더욱 어두워졌다. 특히 김팀장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강두의 의견이 계속 이어졌다.
“ 최미정 살인범의 경우 아주 치밀합니다. 보통은 작은 흔적 정도는 남기는데 그런게 없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살인이란 얘기입니다. 모텔 CCTV 분석결과 최미정의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동행남자는 모텔을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숙여 자신을 숨겼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텔을 들어선 시각이 10:30분.. 최미정의 사망추정시간은 01:30분.. 남자가 모텔을 나온 시각은 02:10분.. 모텔을 들어간 시각과 최미정 사망시간까지 3시간이란 시간동안 이 둘은 무엇을 했을까요? “
“ 킥~! 그거야 뻔하죠. 모텔에 남녀 둘이 들어가서 뭐해요? 킥킥~! “
“ 꼴통.. 조용히 해라… 제가 추정컨데 이 둘은 섹스를 나누거나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질이나 구강 어디에도 타액이 발견되지 않았고, 방안에도 타액이 없습니다. 물론 범인이 하복부를 난도질 했고, 물로 오랜시간 씻어내리긴 해지만, 질내사정이나 구강사정을 했다면 타액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
“ 콘돔을 사용할 수 도 있잖아요 “ 영숙이 말했다.
“ 예 물론 그렇죠. 일반적인 강간범이나, 강간살인범의 경우 본인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정에 얽힌 강간살인의 경우 여성을 본인의 소유물로 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욕구가 반영되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질내사정이나 구강사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계획되지 않고 우발적인 강간살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반항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두사람은 친숙한 사이이면서 동시에 프로포폴 투약 또한 여러 차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속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범인은 10:30분에 모텔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제를 투여하고 사망하기를 기다린 후에, 사망을 완전 확인후, 사체를 욕실로 옮겨 칼로 난도질을 한 것 같습니다.
난도질한후 샤워기를 틀어 사체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본인의 흔적을 지운 후, 방안의 흔적 또한 주도면밀하게 지우고 나서야 2:10분에 모텔을 나왔습니다. 즉, 1:30분에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칼로 난도질하고, 흔적을 지우고 2:10분에 나왔다. 난도질과 흔적지우기 이것을 40분만에 완벽하게 했?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봐도 무리 없을 것입니다. “
강두는 일사천리로 브리핑을 마쳤다.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표정은 담대했다.
영숙은 놀랐다. 음침한 눈빛으로 자기 엉덩이나 가슴만 훑어대며 침을 흘리던, 껄렁한 강두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논리정연하게 사건을 추리해내는 모습에서 새로운 강두를 본 것 같았다. 수염이 꺼칠한 강두의 시커먼 얼굴이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름한 옷이지만, 그 속에는 탄탄하고 잘 짜여진 몸이 있을 것 같았다. 영숙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심각한 상황인데 강두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런 영숙을 강두가 바라보았다. 두눈이 마주쳤다. 곧이어 강두의 시선은 영숙의 가슴 그리고 다리를 꼬고 있는 영숙의 하체로 옮겨가서는 삼각지에서 멈추었다.
영숙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 어이구.. 저 인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
강두의 시선을 받은 삼각지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이 일었다.
영숙은 손을 밑으로 내려 삼각지를 향한 강두의 시선을 막았다.
강두는 희미하게 킥킥거리며 영숙의 칼 같은 시선을 피했다.
“ 음.. 뭐 그렇다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 답답한 표정의 김팀장이 물었다.
“ 에… 앞으로… 그렇지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 의기양양했던 강두의 고개가 꺽이고 있었다.
“ 강두야… 벌써 일주일 지났거덩… 신문이고, 방송이고 생지랄 하고 있거덩… “
“ 일단 뭐… 최미정쪽을 집중적으로 조사해봐야죠 “
“ 그래.. 빨리 좀 해… 그리고 김영숙형사는 뭐 좀 생각한 거 있어? 맨처음부터 봐왔으니… “
잠시 생각하던 영숙이 일어섰다.
“ 네.. 이강두 형사랑 크게 다른 생각은 없구요. 다만 저는.. 「왜 호연리에서 사건이 일어났을까? 」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첫번째 레이크모텔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두번째 남자살인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요. 감식반의 검사결과를 보자면 남자사체 살인범은 8.3일 23시에 살해를 하고, 시체를 10시간이나 지난 후에 저수지에 빠트렸다는 것입니다. 왜 하필 호연저수지일까요? 8.4일 아침에 레이크모텔에서 최미정이 살해된 후 저수지 일대는 경찰들이 들락거렸습니다. 곧 주변으로 알려져서 호연리 일대에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단 말이죠. 그런데도 범인은 대담하게도 저수지에 사체를 버렸단 말이죠. 꼭 살인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줄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호연리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수지 일대하고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번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요 “
“ 오…. 그렇네.. “
팀원들이 놀라워 했다. 강두는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보통내기가 아님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좋아… 강두하고 김영숙형사는 최미정쪽과 호연리 주민들 추가 조사해보고, 진수는 차바퀴 주인 빨리 알아내고, 김형사 조형사는 나랑 같이 남자사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고… 자자! 빨리 움직이자! “
김팀장은 손뼉을 치며 팀원들을 내몰았다.
강두와 영숙은 털털거리는 강두의 차에 올라 호연리로 향했다. 호연리 거의 도착했을 즈음 차가 말썽을 부렸다. 에어컨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에어컨만 말썽인 것은 아니었다. 15년 넘은 차는 조수석 창문과 안전벨트도 말을 듣지 않았다.
“ 에이… 씨발… 좆도… 이놈의 똥차… “ 강두는 운전석 차창문을 내리며 욕을 해댔다.
“ 사랑해주세요. 차나 여자나 관리하기 나름이고, 사랑해주기 나름이에요. 자꾸 욕하고 미워하니까 얘가 복수하는거 아니에요! “
“ 아.. 또 잔소리… “
“ 잔소리가 아니라, 정말 맞아요. 차정비 한지 얼마 됐어요? 신경도 안썼죠? “
“ …..더운데 그만 좀 합시다. 남편한테도 잔소리 그렇게 해요? “
“ 우리 신랑한텐 안해요. 우리 남편은 잔소리할 꺼리가 없거든요 “
“ 좋겠수다. 말 잘듣는 착한 남편둬서.. “
“ 호호.. 맞아요. 이형사님이랑 완전 틀리죠. 술도 안하고 담배도 안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
“ 쳇! “
“ 그런데 정말 덥네요. 이형사님이 욕하니까 더 덥네요 “
영숙이 티셔츠의 목언저리를 잡고는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켰다. 약간의 박스티 형태로 헐렁하면서도 목부위가 꽤 들어나는 스타일의 티였다.
강두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옆으로 눈알을 돌려 살짝살짝 보이는 영숙의 속살을 훔쳐보았다. 얇은 투명브라끈과 그 밑으로 풍만한 가슴의 언저리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다. 영숙의 하얀 속살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언뜻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강두의 물건이 곧바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영숙은 앞을 보고 있었다.
“ 앗! 앞에요! “ 영숙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헉! “
강두가 영숙의 가슴을 몰래 훔쳐보느라 앞을 못 본 사이 들고양이 한마리가 도로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 끼이익~! “ 급브레이크를 밟음과 동시에 강두는 오른손을 뻗어 영숙의 가슴앞으로 가져갔다.
영숙의 상체가 대시보드에 부딪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영숙의 상체는 대시보드가 아니라 강두의 오른팔에 부딪쳤다. 풍만한 가슴의 탱탱한 탄력이 짧은 순간이나마 강두의 팔에 느껴졌다.
‘ 크크 오늘 계탔네.. ‘
비록 팔이었지만, 꿈에나 그리던 영숙의 가슴을 몸으로 느낀 강두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 카아악! 이 팔 치우지 못해욧! “ 영숙이 질겁을 하며 몸을 떼었다.
“ 크흠.. 아니 난 김형사가 부딪칠까봐 본능적으로 보호해준거지… 큼! “
헛기침을 하며 강두가 변명했다.
“ 보호는 무슨… 운전을 하는 사람이 앞은 안보고 엉뚱한 곳을 보니까 대처를 못하잖아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잖아요 “
강두는 속으로 놀랐다.
‘ 뭐야.. 내가 가슴 훔쳐보는 거 알면서도 모른척 하고 있었다는 거야? 캬.. 이거.. 잘하면.. 킥킥 ‘
강두의 물건이 더욱 뻗쳐올랐다. 바지 앞섭을 한껏 밀어올리며 바지속에서 끄덕대고 있었다.
“ 빨리 가요. 조심 좀 하세요 “
강두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숙이 갈길을 재촉했다.
‘곧 도착하는데… 이 물건 이거 어떻게 하지? 아우 씨발.. 좆나게 꼴리네.. 킥~! ‘
어이없는 강두의 걱정과는 달리 호연저수지가 눈앞에 곧바로 펼쳐졌다.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호연저수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폭풍과 함께 호연저수지는 더욱 요동을 칠 것이었다.
강두와 영숙은 폭풍속으로 차를 몰아갔다.
연재가 너무 늦죠? 먹고 살아야 겠기에...
앞써 말씀드렸듯이 야설과는 조금 거리가 먼...^^;;
똘똘이 머리가 아닌 진짜 머리를 쪼금 굴리는 글이라 혹시나 므훗한 기대(?)를 안고 보시는 독자님께는 죄송하다는...
처음 접하신 분은 처음부터 정독해서 읽어보시면.... 음... 재미??... 커흠~!
쓸데없는 잡소리 집어치우고... 4부 시작하겠습니다.
4부 감식결과
이태리 명품 실크 와이셔츠…
안개에 갇힐 것 같았던 수사의 첫 단추를 잡았다. 여자가 와이셔츠를 살 때 내민 카드는 S사 VVIP용이었다.
카드명의자는 옷가게에서 멀지 않는, 역시 광역시 상류층 거주지역에 위치한 ‘성형외과’ 원장 최정재였다.
강두와 영숙은 곧바로 문제의 성형외과로 갔다.
지역의 제일 중심지에 위치한 건물의 로얄층에 위치한 병원은 엘리베이트부터 대리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돈냄새가 풀풀 풍겼다.
여름방학 시즌이라서인지 병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략 15명 정도…
젊은 여자.. 덜 젊은 여자.. 이쁜 여자.. 덜 이쁜 여자… 온통 여자였다.
강두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오전의 옷가게 매장에서부터 배알이 꼴려있던 강두는 병원에 들어서서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그리고 있었다.
“ 에이 씨발… 돈지랄들을 하고 있구만 “
오전의 옷가게 매장에서부터 배알이 꼴려있던 강두는 병원문을 들어서자마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그리며 뇌까렸다. 병원로비에 있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사람에게로 쏠렸다.
“ 좀 조용히 하시죠. 이형사님! “
영숙은 강두를 흘겨보고는 접수를 보는 간호사에게로 다가갔다. 간호사의 미모는 남달랐다. 성형의 냄새가 짙게 풍기긴 했지만, 칼로 빚어놓은 듯한 조각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불안을 안은 간호사에게 원장과의 면담을 청했다.
“ 네.. 지금 진료중이신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간호사의 뒷모습을 요즘 젊은 애들 말로 강두는 므훗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강두를 영숙은 불쾌한 시선으로 보았다.
잠시 진료를 중단한 원장 최정재는 원장실로 들어서는 두사람을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성형외과 의사 특유의 버릇인가? 영숙과 강두 역시 매의 시선으로 최정재를 바라보았다.
“ 어쩐 일이시죠? “
“ 예.. 우리는 북부서 강력계 경찰입니다. 최정재씨죠? 혹시 이 여성분 아십니까? “ 영숙은 바로 여자의 사진을 정재의 눈앞으로 디밀었다.
“ ….. 허헉! 이게 뭔 사진이요? 이거… 우리 와이프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요? “
정재의 차분하던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손까지 떨고 있었다.
“ 그저께 덕명의 호연리 모텔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정재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 흐흑흑! 어떤 놈이.. 어떤 놈이 그랬나요? “
강두는 차분하게 그간의 사건개요를 설명한 후 정재에게서 시선을 잠시 거둬들였다. 정재로 하여금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강두는 시선을 거둬들였지만, 영숙은 정재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정재의 울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강두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영숙은 정재의 동의를 구한후 핸드폰으로 둘의 대화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 슬프고, 충격적이시겠지만 몇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8.3일 화요일 10시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어디 계셨습니까? “
“ 학회포럼 끝나고 동료들과 술한잔 하고는 12시쯤 집에 들어와서 잤습니다 “
“ 아내분께서 집에 없었을텐데… 아.. 그전에 아내분 성함이? “
“ 최미정이요… “
“ 자녀분은? “
“ 아들 하나있는데.. 지금은 호주에 있소. 지 고모가 거기 있어서… “
아내의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정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 아.. 그렇군요. 그건 뭐 저희들이 좀 더 조사해보면 될테고… 아! 아까 질문… 아내분이랑 같이 살지 않나요? 집에 들어온 줄 몰랐나요? “
“ 아뇨.. 알았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간의 사생활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 편이라…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 사랑했어요 “
“ 음… 그렇군요 “
“ 집에는 혼자 계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같이 사나요? “
“ 집안일 하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세요. 같이 생활하고 있죠 “
“ 네..그렇군요. 12시에 집에 도착하시고… 그럼 그 다음은요? “
“ 12시쯤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자고 계시길래 그냥 제방으로 들어와서는 씻고 잤습니다. 와이프가 안들어왔길래 모임에서 늦다보다 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거든요. 종종 밤새고 오는 일도 잦고… 와이프도 나름대로의 본인직업이 있으니깐… 우리 부부는 그런거 가지고는 서로간에 간섭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늘 그렇듯 5:30분정도에 일어나서는 샤워하고, 아주머니가 차려준 아침먹고 6:30분쯤 집을 나서서는 7:10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부인께서는 8.3일 10:30분쯤 호연리 레이크모텔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한명이랑 투숙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7:30분경에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최초 발견되었습니다. 자세한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범인은 사체 하복부를 칼로 잔인하게 난도질을 했습니다. 혹시 부인께 원한 품을 만한 사람은 없었나요? “
“ 헉! 칼로요? 오… 이런… 흑흑… 와이프 일거수 일투족을 알 수는 없지만, 원한 살만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 정재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혹시 부인께 다른 남자는 없었나요? “
“ 네? “
“ 어… 그러니까… 애인이나, 내연의 남자… “
“ 아뇨. 없었어요 “
“ 네… 그렇군요. 뭣 때문에 물어보냐 하면, 원장님 명의로 된 카드로 부인께서 같이 투숙했던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실크와이셔츠를 구입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원장님을 찾아오게 된 거구요 “
“ 카드..? 아.. 네… 제가 선물로 S사카드 VVIP용을 하나 해줬었습니다. 뭘 구입하는지 이런 것은 저는 상관안합니다. “
“ 그럼… 이 남자는 혹시 아십니까? “ 강두는 영숙에게서 남자의 사진을 건네받아 정재에게 내밀었다.
“ …… 아뇨.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요. 이놈이 우리 와이프를 죽였나요? 사진이 이상한데… “
“ 아직 잘 모릅니다. 이 남자가 입고 있는 이 실크와이셔츠를 부인께서 원장님 카드로 구입한 뒤 이 남자에게 선물한 것 같습니다. 이 남자 역시 잔인하게 타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 아뇨. 전혀 모르겠습니다. “
“ 일단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추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연락드릴테니 멀리 가지 마시구요 “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정재를 뒤로 하고, 강두와 영숙은 원장실을 나섰다. 접수간호사와 대기손님들이 뭔일인가 싶어 두사람을 쳐다봤다. 간호사는 원장실을 들어갔다 나오더니 오늘 진료는 사정상 더 이상 안본다는 양해를 손님들에게 구했다. 그런 간호사를 강두는 대기실 자판기커피를 홀짝거리며, 므훗한 미소와 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남편은 별로 이상한 점 없죠? “ 병원을 나서며 영숙은 물었다.
“ 모르지… 요. 김소장…님은 어떻게 보셨… 수? “
“ 이형사님! 예의 갖추시죠! 제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계급도 위고, 계급을 떠나서 같은 동료로써 존대말을 했으면 좋겠네요. 말 놓는것도 아니고, 존대하는 것도 아니고… “
“ …. 나 참… 아.. 알았소. 까칠하기는… 이거 무서워서 어디… 풋! “
“ 이형사님!!! “
“ 아.. 알았다니깐… 요! 킥킥 “
“ 저랑 말다툼하는게 재미있어요? 제가 분명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일 얘기를 하는데 자꾸 왜 그러세요? “
“ 흠… 흠!! “ 점점 정색을 하는 영숙에게 더 이상 농을 걸다가는 망신을 당하겠는지 강두는 머리를 긁적였다.
“ 아직은 잘 몰라요. 사체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뒷처리를 한 놈이라면, 분명 의도된 살인일 것이고, 그렇다면 철저하게 연기를 하겠죠. 내가 봤을때도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긴 하던데… 아무튼 감식결과가 모레 1차적으로 나온다니 한번 보고 또 생각해봅시다 “
수사본부에 돌아온 강두는 조사상황을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고무되었다.
“ 좋았어. 신원이 밝혀졌으니, 일단 끈은 잡았네. 강두하고 김소장님은 최미정을 더 조사해보고, 김형사 조형사는 남자쪽 조사해. 진수는 차바퀴 더 알아봐. 남자시체와 연관이 있을 수 있으니깐.. “
하루종일 차바퀴만 보고 다닌 진수는 죽상을 썼다.
“ 아놔~! 팀장님.. 그걸 언제 찾아요? 아.. 정말! 하루종일 차바퀴만 보고 다녔어요. 허리아파 죽겠다구요 “
“ 꼴통! 너 그러니깐 꼴통이란 얘기 듣는거야. 머리를 써라 머리를.. 니 머리는 장식이냐? 차바퀴자국 사진 타이어 제조회사에 돌려. 타이어회사마다 무늬가 다 틀려. 그럼 조사하기 좀 더 편할꺼야. “
“ 아… 그래요? 우리 좆두강두 형님! 머리가 두개인 형님은 역쉬~! 다릅니다. 짱~! “
“ 야이.. 새끼… 죽을래? “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진수를 향해 강두가 으름장을 놓았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킥킥 거리렸다.
“ 아… 조용! 조용! 그리고.. 오늘 중대한 발표를 하나 하겠습니다. 원래 서장님께서 직접 발표할려고 했는데.. 제가 대신합니다. 지금 태정동 강도사건과 이번 사건이 겹쳐 여론이 굉장히 안좋습니다. 뭐 하나라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됩니다. 해서… 이번 사건의 최대한 빠른 해결을 위해 서장님께서는 이번 사건과 이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영숙 소장을 우리팀으로 발령냈습니다. 김영숙 소장도 흔쾌히 수락했고요. 지금부터 김소장이 아니라 김형사로 불러주시고, 팀원들은 많이 도와주기 바랍니다. 우리 다같이 환영의 박수~! “
“ 와~! 우~! 짝짝짝! “ 갑작스런 인사발령에 팀원들은 잠시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곧 환영해주었다.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인가? 모두가 반겨주었다. 강두만 빼고… 여자라면 사족을 못써는 강두이건만,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니, 좋았다. 무지 좋은데 다만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마치 사춘기 소년이 ‘소녀’를 좋아하는 속마음을 친구들한테 들켰을 때처럼…
“ 김형사의 이번 사건 파트너는 강두야. 야.. 강두! 김형사 잘 도와줘. 아니 니가 많이 도움 받겠다 “
“ 에이.. 씨발.. 뭔 말씀을… 아.. 고생길 열렸네. 꼴통진수 저거 교육시킬때도 내한테 카두만… 또 신입교육입니까? “
“ 야 임마..! 김형사 얼마나 능력있는 줄 알아? 현장경험이 없었다 뿐이지 남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 좆도 모르는 강두야… 알겠어? 김형사! 강두랑 잘 맞춰서 사건해결 최대한 빨리 해보자고 “ 네.. 알겠습니다. “ 영숙은 미소로 나직히 대답했다.
영숙은 결의에 차있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감했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의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 직감이 생각보다 더 잘 풀리고 있었다. 다만, 파트너가 끈적거리는 것만 빼고는…
드디어 기다리던 1차 부검결과가 나왔다.
북부서 상황실에서 강력1팀 전원과 2,3팀장 그리고 강력반장까지 모였다.
영숙 역시 참석하였다. 깔끔하면서도 활동성 좋은, 약간은 타이트한 칠부 면바지에 스니커즈를 매치하고, 상의 역시 활동하기 편한 티셔츠에 머리는 뒤로 묶은 모습에서 튀지도 않으면서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고 있었다.
1팀장의 사건개요 설명이 있은 후 곧바로 감식반장의 1차 감식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 먼저 발견된 여자사체 최미정에 대한 감식결과입니다.
1.사망시간은 8.4일 01:30분정도로 추정됩니다.
2.사체에서 타액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체 뿐만 아니라, 현장 어디에서도 타액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3.직접사인은 약물과다투여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팔에 주사바늘 자국이 여러 개 발견되었으며, 투여약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과수에 의례해놨습니다만,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포폴’ 일명 ‘우유주사’로 추정됩니다. 즉,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인한 호흡장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4.다음 하복부에 발견된 자상입니다. 총 발견된 자상은 11군데.. 주로 배꼽밑 하복부에서 시작하여 성기를 향해 아래로 힘껏 내리 그은 자상입니다. 조사결과 범인은 사망자가 약물과다로 사망한 후 사체를 욕실로 옮기고는 날카로운 칼...칼의 길이는 10cm, 칼날의 폭은 3cm정도로 추정됩니다. 그 칼로 한번에 하복부를 찌른 후 힘을 주어 성기까지 찢듯이 내려 그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반뼈까지 자상의 흔적이 뚜렷할 정도로 범인은 있는 힘을 다해 칼부림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5.범인은 주도면밀한 놈인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나, 지문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텔청소부가 청소한 직후라 진공청소기까지 조사했지만 이렇다할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
“프로포폴? 그거 성형외과에서 주로 쓰이는 마취제인데… 그럼 최미정의 남편? “
강두는 영숙을 바라보았다. 영숙 또한 눈이 빛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남자사체에 대한 감식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 다음, 두번째 저수지에서 발견된 남자사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1.사망 추정시간은 8.3일 23시경으로 추정됩니다.
2.직접사인은 과다출혈입니다. 먼저 발견된 여자사체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복부에서 발견된 여러군데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직접사인입니다. 피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칼에 찔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손이나 팔등에 칼자국이 나있는 것으로 보아 반항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사망후 저수지에 빠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폐에 물이 차지 않았습니다. 피부가 물에 불은 정도로 사체가 물에 빠진 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데 대략 8시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시각이 8.5일 05시경이니까 범인은 8.3일 23시경 남자를 살해한 후 곧바로 저수지에 빠트린 것이 아니라, 8.4일 21시경에 저수지에 빠트린 것이죠. 즉, 다른 장소에서 살해한 후 약 10시간이 경과한 후에 저주지로 옮겨와 빠트렸다는 추론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발견된 자상은 최미정에게 발견된 자상과 유사합니다만, 찌른 칼이 길이가 15cm, 폭은 4cm 정도로 다릅니다. 역시 배꼽밑 하복부를 깊이 찌른후 성기를 향해 내리그었는데 여자사체와는 달리 골반뼈의 자상 흔적이 미약합니다. 특징은 성기는 물론 고환까지 잘라냈습니다.
3.상의 실크브라우스는 이태리제 고급 실크 와이셔츠입니다. 시중가 80만원 가량 합니다. 이 와이셔츠를 단서로 여자사체 최미정의 신원을 이강두형사와 김영숙형사가 밝혀냈습니다. 그러므로 남자사체는 최미정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이외 다른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강두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남자사체가 발견됐을 때 꼴통진수의 말처럼, 남자사체가 최미정을 살해한 후 또 다른 범인에게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하였으나, 감식결과는 예상을 완전 뒤집었다. 그럼? 범인은 남자를 먼저 살해한 후 최미정을 연이어 살해했을까?
‘ 아냐… 최미정이 제3의 남자와 모텔에 들어온 시각이 10:30분.. 남자의 사망시간은 11시.. 동일범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의 앞뒤가 맞지 않잖아.. 아… 씨발… 머리 아파… ‘
최미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동일인이라고 생각했던 최미정의 남자와 저수지의 남자는 완전별개의 인물이 되는 것이었다.
‘ 그런데 왜 옷이 똑같지? 범인은 하나가 아니라… 둘?
감식반의 브리핑후 강력1팀은 회의에 들어갔다.
강두가 종합했다.
“ 일단은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됩니다만… 그 수법이 도를 좀 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살인 같기도 합니다. 최미정의 남편 최정재는 성형외과 의사입니다. 최미정의 직접사인이 프로포폴 과다투여이기 때문에 관련성을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차 조사때는 특이점을 발견 못했지만 추가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문제는 이 두건의 살인이 언뜻 보기에는 동일범의 소행인 것 같지만, 감식반의 사망추정시간이 맞다면 범인은 둘이란 것입니다. “
1팀원들 표정들이 더욱 어두워졌다. 특히 김팀장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강두의 의견이 계속 이어졌다.
“ 최미정 살인범의 경우 아주 치밀합니다. 보통은 작은 흔적 정도는 남기는데 그런게 없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살인이란 얘기입니다. 모텔 CCTV 분석결과 최미정의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동행남자는 모텔을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숙여 자신을 숨겼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텔을 들어선 시각이 10:30분.. 최미정의 사망추정시간은 01:30분.. 남자가 모텔을 나온 시각은 02:10분.. 모텔을 들어간 시각과 최미정 사망시간까지 3시간이란 시간동안 이 둘은 무엇을 했을까요? “
“ 킥~! 그거야 뻔하죠. 모텔에 남녀 둘이 들어가서 뭐해요? 킥킥~! “
“ 꼴통.. 조용히 해라… 제가 추정컨데 이 둘은 섹스를 나누거나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질이나 구강 어디에도 타액이 발견되지 않았고, 방안에도 타액이 없습니다. 물론 범인이 하복부를 난도질 했고, 물로 오랜시간 씻어내리긴 해지만, 질내사정이나 구강사정을 했다면 타액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
“ 콘돔을 사용할 수 도 있잖아요 “ 영숙이 말했다.
“ 예 물론 그렇죠. 일반적인 강간범이나, 강간살인범의 경우 본인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정에 얽힌 강간살인의 경우 여성을 본인의 소유물로 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욕구가 반영되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질내사정이나 구강사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계획되지 않고 우발적인 강간살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반항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두사람은 친숙한 사이이면서 동시에 프로포폴 투약 또한 여러 차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속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범인은 10:30분에 모텔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제를 투여하고 사망하기를 기다린 후에, 사망을 완전 확인후, 사체를 욕실로 옮겨 칼로 난도질을 한 것 같습니다.
난도질한후 샤워기를 틀어 사체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본인의 흔적을 지운 후, 방안의 흔적 또한 주도면밀하게 지우고 나서야 2:10분에 모텔을 나왔습니다. 즉, 1:30분에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칼로 난도질하고, 흔적을 지우고 2:10분에 나왔다. 난도질과 흔적지우기 이것을 40분만에 완벽하게 했?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봐도 무리 없을 것입니다. “
강두는 일사천리로 브리핑을 마쳤다.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표정은 담대했다.
영숙은 놀랐다. 음침한 눈빛으로 자기 엉덩이나 가슴만 훑어대며 침을 흘리던, 껄렁한 강두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논리정연하게 사건을 추리해내는 모습에서 새로운 강두를 본 것 같았다. 수염이 꺼칠한 강두의 시커먼 얼굴이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름한 옷이지만, 그 속에는 탄탄하고 잘 짜여진 몸이 있을 것 같았다. 영숙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심각한 상황인데 강두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런 영숙을 강두가 바라보았다. 두눈이 마주쳤다. 곧이어 강두의 시선은 영숙의 가슴 그리고 다리를 꼬고 있는 영숙의 하체로 옮겨가서는 삼각지에서 멈추었다.
영숙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 어이구.. 저 인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
강두의 시선을 받은 삼각지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이 일었다.
영숙은 손을 밑으로 내려 삼각지를 향한 강두의 시선을 막았다.
강두는 희미하게 킥킥거리며 영숙의 칼 같은 시선을 피했다.
“ 음.. 뭐 그렇다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꺼야? “ 답답한 표정의 김팀장이 물었다.
“ 에… 앞으로… 그렇지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 의기양양했던 강두의 고개가 꺽이고 있었다.
“ 강두야… 벌써 일주일 지났거덩… 신문이고, 방송이고 생지랄 하고 있거덩… “
“ 일단 뭐… 최미정쪽을 집중적으로 조사해봐야죠 “
“ 그래.. 빨리 좀 해… 그리고 김영숙형사는 뭐 좀 생각한 거 있어? 맨처음부터 봐왔으니… “
잠시 생각하던 영숙이 일어섰다.
“ 네.. 이강두 형사랑 크게 다른 생각은 없구요. 다만 저는.. 「왜 호연리에서 사건이 일어났을까? 」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첫번째 레이크모텔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두번째 남자살인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요. 감식반의 검사결과를 보자면 남자사체 살인범은 8.3일 23시에 살해를 하고, 시체를 10시간이나 지난 후에 저수지에 빠트렸다는 것입니다. 왜 하필 호연저수지일까요? 8.4일 아침에 레이크모텔에서 최미정이 살해된 후 저수지 일대는 경찰들이 들락거렸습니다. 곧 주변으로 알려져서 호연리 일대에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단 말이죠. 그런데도 범인은 대담하게도 저수지에 사체를 버렸단 말이죠. 꼭 살인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줄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호연리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수지 일대하고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번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요 “
“ 오…. 그렇네.. “
팀원들이 놀라워 했다. 강두는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보통내기가 아님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좋아… 강두하고 김영숙형사는 최미정쪽과 호연리 주민들 추가 조사해보고, 진수는 차바퀴 주인 빨리 알아내고, 김형사 조형사는 나랑 같이 남자사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고… 자자! 빨리 움직이자! “
김팀장은 손뼉을 치며 팀원들을 내몰았다.
강두와 영숙은 털털거리는 강두의 차에 올라 호연리로 향했다. 호연리 거의 도착했을 즈음 차가 말썽을 부렸다. 에어컨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에어컨만 말썽인 것은 아니었다. 15년 넘은 차는 조수석 창문과 안전벨트도 말을 듣지 않았다.
“ 에이… 씨발… 좆도… 이놈의 똥차… “ 강두는 운전석 차창문을 내리며 욕을 해댔다.
“ 사랑해주세요. 차나 여자나 관리하기 나름이고, 사랑해주기 나름이에요. 자꾸 욕하고 미워하니까 얘가 복수하는거 아니에요! “
“ 아.. 또 잔소리… “
“ 잔소리가 아니라, 정말 맞아요. 차정비 한지 얼마 됐어요? 신경도 안썼죠? “
“ …..더운데 그만 좀 합시다. 남편한테도 잔소리 그렇게 해요? “
“ 우리 신랑한텐 안해요. 우리 남편은 잔소리할 꺼리가 없거든요 “
“ 좋겠수다. 말 잘듣는 착한 남편둬서.. “
“ 호호.. 맞아요. 이형사님이랑 완전 틀리죠. 술도 안하고 담배도 안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
“ 쳇! “
“ 그런데 정말 덥네요. 이형사님이 욕하니까 더 덥네요 “
영숙이 티셔츠의 목언저리를 잡고는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켰다. 약간의 박스티 형태로 헐렁하면서도 목부위가 꽤 들어나는 스타일의 티였다.
강두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옆으로 눈알을 돌려 살짝살짝 보이는 영숙의 속살을 훔쳐보았다. 얇은 투명브라끈과 그 밑으로 풍만한 가슴의 언저리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다. 영숙의 하얀 속살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언뜻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강두의 물건이 곧바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영숙은 앞을 보고 있었다.
“ 앗! 앞에요! “ 영숙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헉! “
강두가 영숙의 가슴을 몰래 훔쳐보느라 앞을 못 본 사이 들고양이 한마리가 도로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 끼이익~! “ 급브레이크를 밟음과 동시에 강두는 오른손을 뻗어 영숙의 가슴앞으로 가져갔다.
영숙의 상체가 대시보드에 부딪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영숙의 상체는 대시보드가 아니라 강두의 오른팔에 부딪쳤다. 풍만한 가슴의 탱탱한 탄력이 짧은 순간이나마 강두의 팔에 느껴졌다.
‘ 크크 오늘 계탔네.. ‘
비록 팔이었지만, 꿈에나 그리던 영숙의 가슴을 몸으로 느낀 강두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 카아악! 이 팔 치우지 못해욧! “ 영숙이 질겁을 하며 몸을 떼었다.
“ 크흠.. 아니 난 김형사가 부딪칠까봐 본능적으로 보호해준거지… 큼! “
헛기침을 하며 강두가 변명했다.
“ 보호는 무슨… 운전을 하는 사람이 앞은 안보고 엉뚱한 곳을 보니까 대처를 못하잖아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잖아요 “
강두는 속으로 놀랐다.
‘ 뭐야.. 내가 가슴 훔쳐보는 거 알면서도 모른척 하고 있었다는 거야? 캬.. 이거.. 잘하면.. 킥킥 ‘
강두의 물건이 더욱 뻗쳐올랐다. 바지 앞섭을 한껏 밀어올리며 바지속에서 끄덕대고 있었다.
“ 빨리 가요. 조심 좀 하세요 “
강두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숙이 갈길을 재촉했다.
‘곧 도착하는데… 이 물건 이거 어떻게 하지? 아우 씨발.. 좆나게 꼴리네.. 킥~! ‘
어이없는 강두의 걱정과는 달리 호연저수지가 눈앞에 곧바로 펼쳐졌다.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호연저수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폭풍과 함께 호연저수지는 더욱 요동을 칠 것이었다.
강두와 영숙은 폭풍속으로 차를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