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척 하면서 더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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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08 조회 960회 댓글 0건본문
자는척 하면서 더듬는....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을 때 발딱 선 내 자지가 소연이의 엉덩이에 눌려져 있었다. 내가 소연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소연이가 내게 안겨서 자고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는 시은이를 비롯하여 동기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고, 생각나는 건 거기까지였다.
소변이고 뭐고 간에 내 자지를 소연이 엉덩이에 비비며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아직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 몇몇이 옹기종기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여 차마 그렇게 하질 못했다. 나는 빳빳한 자지가 눈에 띄지 않도록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주위뿐만 아니라 거실 곳곳에 동기들이 너부러져 잠에 취해있었다.
나는 동기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여 화장실로 갔다. 소변을 보고 다시 소연이 곁으로 가다가 문득 시은이가 떠올랐다. 잘 자고 있나 보려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며 찾았지만 시은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연이에게 향하던 발길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살짝 열어 얼굴만 들이밀고 시은이를 찾았지만 방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둘러보아도 시은이의 실루엣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방문을 닫고 다른 방으로 발을 옮겼다. 이번에도 방문을 살짝만 열어 얼굴만 집어넣고 시은이를 찾았다. 시은이가 얼굴을 방문 쪽을 향하고 누워 자고 있어서 그나마 쉽게 시은이를 찾을 수 있었다. 시은이는 곤한 표정으로 얕은 숨을 내쉬며 잠에 취해 있었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아 방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은이의 배위에 시은이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이 올려져있었다. 그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진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시은이의 뒤에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준이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방문을 닫고 다시 시은이 곁으로 가서 시은이를 마주보고 누웠다. 오래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크게 쌔근거리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흘렀을까. 그때까지도 현준이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현준이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 위에 얹어져 있던 손이 조금씩 위로 가더니 시은이의 가슴에 슬쩍 얹어졌다.
아직까지는 작정하고 만지는 건지 잠결인지 애매했다. 그래서 나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현준이가 시은이의 가슴의 촉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현준이의 손이 또다시 움직였다. 시은이의 가슴 위를 쓰다듬듯이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이 또한 판단하기 애매했다. 마음속으로는 들끓고 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괜한 사람 성추행범으로 만들까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현준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시은이의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시은이는 범접하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다른 동기들한테 찝쩍대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 미련이 남은 건지, 아니면 오기로라도 시은이를 한번 만져보고 싶었던 건지 추잡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시은이에게 더러운 손길이 닿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현준이의 손을 꽉 잡고 꺾어서 치워버렸고, 현준이는 비명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악력이 상당히 세서 무방비 상태로는 잡히는 것만으로도 아플 텐데 꺾어버리기까지 했으니 꽤나 아팠을 것이다. 놀라서 몸을 일으켜 날 쳐다보고 있는 현준이에게 조용히 다시 누워 있으라는 손짓을 했고, 현준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는 시은이를 계속 여기서 재우면 안 될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시은이는 신기할 정도로 잠투정 한번 안 부리고 깨우는 대로 일어나서 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 나왔다. 이렇게 순한 애는 다신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애가 그토록 도도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겉옷을 챙겨 시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은이는 비몽사몽하며 눈을 감고 서있었고, 나는 시은이에게 내 옷을 걸쳐주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은아, 졸려?”
시은이는 잠을 깨려는지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응. 근데 왜 깨운 거야?”
“그럴 일이 있었어. 많이 졸리면 거실에서 잘래?”
“뭐야, 깨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럼 조금 걸을까?”
“응.”
시은이와 나는 다정스레 손을 잡고 마을 어귀까지 걸어갔다. 마을 어귀에는 구멍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도 굳게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우리는 구멍가게 앞의 평상에 앉았다. 별다른 말도 없었는데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나는 시은이에게 씨익 웃어주고 평상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과 마주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은아, 너도 하늘 봐봐. 별 진짜 많다.”
“근데 진짜 나 왜 깨운 거야? 설마 별 보라고 깨운 거야?”
“그런 거라면?”
“죽여 버릴 거야.”
“이런 낭만 없는 대학생 같으니라고…….”
“진짜 죽고 싶구나?”
“네가 너무 예뻐서 깨웠어. 됐어?”
“치,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가만히 보고 있지, 왜 깨워?”
“데려 나와서 나 혼자 보려고…….”
“뭐야, 네가 내 남자친구야? 다른 애들도 내 예쁜 얼굴을 좀 봐야 나도 커플해볼 거 아냐? 가만 보면 너 때문에 남자들이 나한테 접근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아.”
“나 때문이긴……. 그럼 내가 옆에 없을 때 접근하는 남자 있었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혼자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전화번호 가르쳐달라는 남자 많아.”
시은이 말대로 일지도 몰랐다. 시은이가 눈에 띄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고, 시은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시은이가 도도한지 어떤지도 모른 채 시은이의 미모만 보고 접근할 테니 꽤나 많은 남자들이 찝쩍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시은이 성격에 전화번호를 가르쳐줄리 만무했고, 현실은 지금 이렇게 솔로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럼 걔네 만나면 되잖아. 사실 뻥이었지?"
"뻥 아니거든! 지나가다 본 남자랑 어떻게 사귀니?"
"그럼 나랑 별로 안 친할 때,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을까?"
내가 계속 놀리자 시은이는 발끈하며 대답했다.
“학교에서도 있었거든요.”
“정말?”
“그래, 있었어. 두 명이나.”
“저번엔 없다고 그랬었잖아.”
“그건…… 그냥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였지.”
“우리 시연이 인기 많았구나. 근데 너 혼자 오버하는 건 아니지?”
“응?”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건데 나 좋아하나 막 이러면서…….”
“아니거든요. 나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만나보지 왜 안 만났어?”
“그땐 별 생각이 없었어.”
“이젠 만나고 싶어 애가 닳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거야?”
“알면 됐어.”
“그래도 못 비켜줘. 네 남자친구는 내가 골라줄 거야. 아무한테 너 못 줘.”
시은이는 내 말이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네 맘대로 하세요.”
우리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은이와 나는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걸었다. 반쯤 갔을 때 시은이는 힘들다며 조금씩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은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걷고 있었는데 결국 시은이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 힘들어서 못 가겠어. 다리 아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몰라. 나 힘들어.”
“그럼 쉬었다가자.”
“나 업어줘.”
“어?”
“업어달라고. 힘들어. 업어줘.”
“쉬었다 가.”
“쉬어도 안 돼. 업어줘.”
나는 시은이의 생떼에 못 이겨 한숨을 내쉬며 시은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시은이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얼른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
“너 되게 무겁다.”
“응. 알아.”
“한 70킬로 되는 거 같아.”
“80도 넘을 걸?”
“이 정도 얘기하면 자존심 상해서 내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너의 얕은 수에 당할 거라 생각했어?”
나는 펜션에 도착하기 전에 시은이를 내리는 것은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펜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착했어. 어서 내려.”
나는 시은이를 내려주려고 쪼그리고 앉았지만 시은이는 대답도 없었고 내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시은이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얕은 숨을 내뱉는 걸 보니 시은이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편안히 자고 있었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또 한편으로는 잘 자고 있는 시은이를 깨워서 데리고 나온 건 나였으니까 내가 뿌린 씨앗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시은이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시은이를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시은이는 내 등에서 떨어지며 하품을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고, 시은이는 그런 날 보더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땀 흘렸어? 나 업고 와서 그런 거야?”
“80키로 넘는 걸 업었더니 힘드네.”
“그렇게 힘들었음 말을 하지.”
“알아서 내릴 줄 알았지. 내리기는커녕 자고 있을 줄이야…….”
“미안. 네 등이 너무 포근해서 잠들었나봐. 얼른 들어가서 샤워라도 해.”
“너! 다신 안 업어줘!”
시은이는 내게 있는 대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을 붙들고 엉겨 붙었다. 나는 시은이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감싸 안았다. 순간 시은이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번쩍 들어 올렸다가 놓아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걸 여기까지 업고 왔다니…….”
시은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다가 이내 정신이 들어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씨…… 죽을래?”
나는 시은이를 뒤로 하고 걸어가며 말했다.
“나 샤워할 거야. 넌 소연이 옆에 가서 자. 딴 데서 자지 말고.”
“알았어.”
시은이는 대답과 함께 날 졸래졸래 따라 펜션으로 들어왔다. 시은이는 내 말대로 소연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생각해보니 나란 놈이 너무나도 웃긴 놈인 것 같았다. 비록 소연이는 다른 동기들의 눈이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밝은 거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인 소연이를 내버려두고 시은이를 챙겨 나갔다가 온 게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던 것 같았다. 시은이를 친구로서 끔찍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소연이를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동기엠티는 소연이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알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즐거웠던 동기엠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연이 누나와의 화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가 그렇게 가버린 것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무시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도움으로 지연이 누나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을 듣고 진원이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와서 선배들이랑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그 자리에 가겠다고 통보를 했고 혜림이 누나도 다른 선배들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다른 선배들도 이젠 나를 꺼려하지 않았다. 내가 소연이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선배들이 술 마시러 오라고 할 정도였지만 내가 꺼려져서 피했었다. 뿐만 아니라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를 번갈아가며 만나느라 바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연이 누나를 달래주기 위해 그 자리에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선배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 갔을 때는 이미 모두가 모여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지연이 누나, 진원이 형, 진구 형이 차례로 앉아있었고, 다른 한쪽 의자에는 유리 누나, 민기 형, 혜림이 누나가 차례로 앉아있었다. 선배들이 앉아있는 의자에는 앉을 틈이 없어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앉아야 했다. 지연이 누나와 유리 누나가 앉아 있는 쪽은 벽이라서 갈 수 없었고 혜림이 누나와 진구 형이 앉아 있는 쪽 모서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유리 누나는 정말 반가운 듯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 보답하여 능청스럽게 유리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나 더 예뻐진 거 같아요. 연예계 데뷔 준비하세요? 왜 이렇게 예뻐져요?”
유리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민기 형에게 눈짓을 보냈고, 민기 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띄워주지 마. 얘 진짠 줄 알아.”
“제가 좀 과했죠?”
“그래. 적당히 했어야지.”
민기 형은 호탕하게 웃었고, 유리 누나는 샐쭉거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과도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 인사를 나누었다. 진원이 형과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때까지도 지연이 누나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진원이 형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일단 나도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지연이 누나는 내버려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내색 없이 다른 선배들과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지연이 누나와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지연이 누나는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기회만 기다리며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혜림이 누나의 발을 툭 찼다. 나는 내가 찬 부위를 털어주려고 고개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는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종아리 부위를 툭툭 털어주었다. 한창 진원이 형의 얘기를 듣고 있던 혜림이 누나는 날 스윽 보더니 다시 진원이 형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문득 장난이나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어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슬쩍 올려놓았다. 혜림이 누나가 이번에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진원이 형의 얘기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는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는 힘없이 따라왔다. 나는 슬쩍 의자를 옮기며 혜림이 누나 쪽으로 붙어 앉으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졌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만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세가 너무 어정쩡해져서 내가 하고 있는 짓이 그대로 걸릴 것만 같았다. 혜림이 누나도 내가 여기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날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척을 했다. 민기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민기 형이 고개만 돌려 내려다보면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민기 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는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고, 다행히도 민기 형은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다.
민기 형은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옆으로 당겨 앉으라고 눈짓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지만 내가 손으로 허벅지를 밀자 못이기는 척 밀려나 옆으로 갔다. 나는 얼른 혜림이 누나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혜림이 누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민기 형이 돌아온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곧 화장실을 다녀온 민기 형은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대화에 참여했다. 근데 내가 혜림이 누나를 만진다면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민기 형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신경 쓰며 만지기는 힘들 것 같아 한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살짝 돌려 민기 형으로부터 내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도록 막아두었다.
나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다음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아까처럼 내 손은 허벅지 안쪽 살을 어루만졌고 혜림이 누나도 이 정도는 괜찮은지 표정변화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니 술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내 손이 서서히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혜림이 누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며 내 손목을 붙잡았다. 혜림이 누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더 이상 만지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도 혜림이 누나의 뜻을 받들어 손을 되돌려 허벅지만 어루만질 뿐 진전시키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놀려주고 싶어 장난을 쳤다. 내 손이 슬쩍슬쩍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시늉을 할 때마다 혜림이 누나는 움찔하며 살짝살짝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지연이 누나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랄까봐 역시나 내 편이었던 것이다. 지연이 누나가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모두의 시선이 지연이 누나에게로 쏠렸다. 혜림이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틈을 타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덮어버렸다.
혜림이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뒤늦게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내 손이 점령한 다음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티내며 손으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혜림이 누나는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혜림이 누나는 내게 자신이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만 할 수 있었고,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가 어떤 눈빛을 보내든 짐짓 모른 체 하며 팬티를 덮고 있는 손을 그 자리에 굳혀놓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가 화가 난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보지에서도 잔뜩 화가 났는지 보짓물을 쏟아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흥분했는지 혜림이 누나의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미끈거렸다. 내 손이 허벅지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보지가 오라고 화를 내고 있었고, 막상 내 손이 보지에게 다가가니 이성이 본능을 누르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달아올라 벌게진 혜림이 누나의 얼굴을 보고 진구 형이 걱정이 됐는지 혜림이 누나에게 말했다.
“술 그만 마셔. 많이 취한 거 같아.”
“어? 어. 알았어.”
일순간 혜림이 누나에게 이목이 집중되었고, 나는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보지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내 움직임이 완벽하지는 않았나보다. 불행히도 내 손이 빠져나오는 걸 목격한 이가 있었다. 혜림이 누나의 얼굴을 보던 유리 누나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막 치마 속에서 빠져 나오던 내 손을 보고 말았다.
유리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날 쳐다보았다. 나는 유리 누나의 눈길을 외면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유리 누나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이 자리에서 혜림이 누나와 나의 놀이를 봤다고 터트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당장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순 있겠지만 유리 누나가 차후에라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걱정이 되었다.
유리 누나를 입막음할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골똘히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진원이 형이 돌아왔다.
“지연이 데려다주고 왔어?”
“응.”
“혹시 지연이한테 안 좋은 일 있어?”
“몰라.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피곤하다며 간다고 그러네.”
유리 누나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지연이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나였다. 지연이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자연스레 귀가 닫히고 유리 누나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것도 잠시, 내 머릿속은 다시 지연이 누나의 생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연이 누나가 내게 잠깐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지연이 누나를 만나러 갔다. 지연이 누나는 길가의 벤치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 밤공기 시원하고 좋다.”
“넌 지금 그런 말이 나오니? 무릎부터 꿇고 빌어야 하는 거 아냐?”
“내 무릎을 그렇게 싸구려로 봤어?”
난 무릎 꿇고 지연이 누나를 올려다보며 측은해 보이는 눈빛을 쏘았다. 비웃기라도 할 만한데 지연이 누나는 제대로 독기를 품었는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죽을 것만 같았어.”
“그렇게 미안한데 엠티를 갔어? 가서는 희희낙락거리며 놀았겠지.”
“아니야. 나 정말 재미없었어. 네가 그렇게 화가 나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맘 편히 놀 수 있겠어?”
“거짓말 마.”
“거짓말 아냐. 나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혼자 밖에 나가서 네 생각만 하고 있었어.”
“그런 사람이 전화 한 번 안 해?”
“이렇게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니까. 전화로 하면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았단 말이야.”
“그래놓고 어제는 전화 막 하더라? 엠티 갔다 오니까 내 생각난 건 아니었고?”
“만나자고 전화한 거야. 내가 어제 서울 도착하자마자 너 만나고 싶어 계속 전화한 거였는데…….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한 번만 봐주라. 응?”
“오늘 왜 왔어?”
잘 나가는 거 같더니 갑자기 이건 무슨 생뚱맞은 질문인가. 당연히 지연이 누나가 내게 화나있으니까 풀어주러 간 것 아닌가.
“너한테 사과하려고…….”
“사과하러 왔다는 건 네 잘못을 인정한다는 거 아냐?”
“그렇지.”
“근데 그게 반성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어?”
“뭐가?”
“애들이랑 신나서 희희 거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혜림이랑 계속 속닥이고…….”
지연이 누나가 나란 존재는 아예 무시하고 앉아 있었는 줄로만 알았는데 내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 손장난까지는 미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 이 순간에는 무조건 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멍청한 내가 미안해. 나 때문에 그 자리 분위기 망칠까봐 그랬던 건데…… 내가 분위기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내가 있을 때도 이랬는데 엠티 가서 안 놀았다고?”
“엠티 가서는 진짜 안 놀았어. 소연이랑도 다른 조라서 말도 거의 안 했단 말이야. 진짜 믿어줘. 이건 진짜 사실이야. 진짜, 진짜 사실이니까 믿어줘.”
“거짓말도 정도껏 해. 너랑 소연이랑 다른 조였다니 말이 돼?”
“사랑하는 사람이랑 싸우고 갔는데 소연이 같은 애랑 놀고 싶었겠어? 그래서 진짜 딱 잘라 말했지. 다른 조하자고.”
“소연이가 퍽이나 네 말 들었겠다.”
“그동안 동기들이랑 못 어울렸으니까 이번 엠티 때 재밌게 놀라고 하니까 알았다면서 동기들이랑 놀았어. 난 네가 마음에 걸려서 우울모드로 있으니까 같은 조 애들도 나한테 말도 못 걸었고…… 그래서 혼자 나와서 계속 네 생각만 하고 있었어. 믿어줘, 제발.”
“네 동기들한테 물어본다?”
“물어봐. 진짜니까.”
자신 있었다. 동기들이 그렇게 말을 해줄 거라는 자신은 아니었다. 지연이 누나가 물어보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었다. 지연이 누나가 무슨 명분으로 내가 엠티 때 어떻게 놀았는지 우리 동기들한테 물어본단 말인가.
“내가 알면서도 속아준다.”
“속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 진짜니까.”
“그냥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해. 얄미우니까.”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앞으로는 이렇게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일 없게 할게. 약속해.”
“시키는 대로 하니까 더 얄미워.”
나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근데 나 계속 이렇게 무릎 꿇고 있어?”
“어. 일어날 생각하지 마.”
“다리저린데…….”
나는 한껏 엄살을 피우며 다리를 두드렸다. 지연이 누나는 눈을 흘기며 옆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얼른 올라가 앉았다.
“어제 집으로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
“찾아갔었어. 나 너네 동네에서 계속 전화한 거야.”
“거짓말.”
“너 왜 자꾸 내 말 못 믿어?”
“네가 거짓말만 하잖아.”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지연이 누나를 바라보며 믿음직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나 서울 오자마자 너한테 전화했고, 안 받아서 너네 집으로 갔어. 근데 계속 전화 안 받아서 밤에 돌아갔지.”
“그럼 우리 집에는 왜 안 왔어?”
“어른들 계실 텐데 어떻게 가냐? 부모님은 우리 사귀는 것도 모르실 거 아냐?”
“정말이야?”
“그래.”
나는 지연이 누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지연이 누나는 나를 깊고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정말 너 하나만 사랑하는데, 너도 나 하나만 사랑하는 거 맞지?”
“지금 내가 그렇다고 말한다고 해서 너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래. 내가 영원히 눈을 감는 날 내 옆에는 네가 있을 거라고 확신해.”
“사랑해.”
지연이 누나는 내 얼굴을 잡아 자신의 얼굴 앞으로 당기더니 입맞춤을 했다. 지연이 누나의 달콤한 혀는 내 미각을 자극하며 진한 키스의 야릇함을 선사했다.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키스해준 거야.”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조금 더 하자.”
내 입술은 지연이 누나의 입술을 덮쳤고, 지연이 누나와의 뜨거운 키스가 또다시 진행되었다. 나는 길거리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지연이 누나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지연이 누나도 그런 사실을 잊었는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는지 지나가던 여자들이 야유 섞인 환성을 내질렀고, 그제야 나는 지연이 누나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키스를 멈추었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지연이 누나를 데리고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거칠게 지연이 누나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가슴을 주무르던 내 손은 아래로 내려가 지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꽉 붙잡아 당겨 나의 딱딱하게 서 있는 자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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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연이 누나의 보지를 만지고 싶었지만 지연이 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어 만지려면 바지를 풀어헤쳐야 했는데 누가 올지도 모르는 길에서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엉덩이와 가슴만 번갈아가며 만졌다. 우리는 그 정도의 선에서만 한참의 키스를 나누다가 지연이 누나가 내게서 입을 떼고 말했다.
“너 이제 그만 들어가. 애들 기다리겠다.”
“그럴까? 너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갈게.”
나는 지연이 누나를 지하철역까지 에스코트해 개찰구 안으로 들여보내고는 다시 술자리로 돌아갔다. 진원이 형은 집에 가고 없었고, 나머지 선배들만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혜림이 누나의 맞은편으로 갔다. 자리에 앉으려는데 진구 형이 날 보며 물어봤다.
“소연이 만나고 왔어?”
“네? 네…….”
“좋을 때다. 데려오지. 왜 혼자 왔어?”
“그냥요.”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고, 유리 누나는 그런 내가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다. 유리 누나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혜림이 누나를 성추행하는 놈으로 보일까, 아니면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선배랑 놀아나는 놈으로 보일까. 어느 편이든 나란 남자에 대해서는 질릴 것 같았다.
한참을 또 술을 마시다가 노래방에 가자는 민기 형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얼큰하게 취한 민기 형과 진구 형이 앞장서서 걸어갔고, 나와 혜림이 누나, 그리고 유리 누나는 뒤따라갔다.
다른 이들은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곧장 내려갔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유리 누나가 내 팔목을 잡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려 뇌세포들이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팽팽 돌아가고 있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몰아붙일 것 같았던 유리 누나는 모두 내려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혜림이랑 뭐야?”
“뭐가 뭐예요?”
“시침 떼지 말고 그냥 얘기해.”
“누나가 믿고 싶은 대로요.”
“나랑 해보자는 거야?”
“하긴 뭘 해요?”
“너 이런 애였어?”
유리 누나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격양되었고,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 차분하게 얘기해요. 다짜고짜 누나가 그렇게 물어보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유리 누나는 내 말에 반박하려 하였지만 나는 막아서며 계속 말했다.
“물론 누나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정도는 알아요. 누나가 본 것에 대해 그 이면을 알고 싶은 거겠죠. 솔직히 말씀해 드릴 테니까 알고 싶은 걸 물어보세요.”
유리 누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혜림이랑 잤어?”
“네.”
“사랑해?”
“아니요.”
“혜림이도 같은 마음이야?”
“네. 혜림이 누나가 사랑하는 건 진구 형뿐이니까요.”
“잠자리만 즐기는 사이라는 거야?”
“가끔요.”
유리 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지난번에 둘이서 술 마실 일이 있었는데 너무 많이 취하는 바람에 혜림이 누나는 제가 진구 형인 줄 알았고 저는 혜림이 누나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
“그러니까 혜림이는 네가 진구인 줄 알고 하자고 했고, 너는 너한테 그러는 줄 알고 했다?”
“네.”
“그 뒤로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네.”
“혜림이는 그런 애가 아닌데…… 꽉 막혀서 클럽도 잘 안 가는 애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왜 너랑 계속 관계를 하는 거야?”
“그건…… 제가 너무 하고 싶어서 계속 설득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준 거예요.”
“그럼 그때 관계를 빌미로 네가 계속 강간하고 있는 거네?”
이러다가 유리 누나가 날 콩밥까지 먹일 것 같았다. 웬만하면 혜림이 누나를 감싸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일이 커질까 두려워 적당히 혜림이 누나를 팔아야했다.
“아니요. 처음으로 다시 관계를 가진 건 인정해요. 근데 그 다음부터는 아니었어요. 혜림이 누나도 좋아했고,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예요.”
“물어본다?”
“네. 불러올까요?”
“됐어. 내가 나중에 물어볼 거야. 만약 아닐 시에는 넌 끝이야!”
“물론이죠! 그럼…… 못 본 걸로 해주실 거죠?”
“혜림이가 좋아서 그러고 있다는데 뭣 하러 얘기하니?”
“고마워요.”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그런 관계 유지할 거니?”
“모르겠어요.”
“오늘 나한테 걸렸다는 건 앞으로 얼마든지 진구한테도 걸릴 수 있다는 얘긴데 모르겠다고?”
“적당한 선에서 정리할게요. 그때까지는 모른 척 해주세요.”
“나도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 걸리지는 마.”
“네. 그럼 이제 들어가요.”
방으로 들어가니 스피커에서 조용한 발라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파는 기역자 형태로 있었고 민기 형은 텔레비전 옆에 있는 소파에, 진구 형과 혜림이 누나는 텔레비전의 정면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있었다. 유리 누나는 민기 형 옆으로 가서 앉았고 나는 진구 형 옆으로 가서 앉았다.
노래가 끝나자 민기 형은 댄스 음악을 우선예약하며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 왔으니까 놀아볼까? 진구야 흥겨운 걸로 몇 개 우선예약 해.”
스피커에서는 강한 비트가 흘러나왔고, 민기 형이 텔레비전 앞에 있는 빈 공간으로 나가면서 우리 모두를 끌어냈다. 민기 형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우리는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진구 형은 몇 곡의 예약을 끝내고 나와 민기 형과 콤비를 이루어 춤을 추었다. 누나들과 나는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민기 형과 진구 형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며 까르르 웃었다.
한 곡이 끝났지만 또 다른 곡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춤의 삼매경에 빠져 몸을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슬쩍 혜림이 누나의 곁으로 가서 한 손으로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혜림이 누나는 날 잠깐 쳐다보고는 미소를 잃지 않고 계속 몸을 흔들었다.
나는 더 이상 댄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몸이 엇박자로 움직이든 말든 상관 않고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만지는 데만 몰두했다. 그러던 내 손은 엉덩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치마 속으로 들어간 내 손은 바로 팬티를 헤집고 보지를 매만졌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는 아까 흘렸던 보짓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건지 다시 흥분되어 흘러나온 건지 약간의 보짓물이 손에 느껴졌다.
내 손가락은 보지구멍을 파고들었고, 혜림이 누나는 헉하고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지만 음악소리에 묻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나도 혜림이 누나의 입모양을 보고 그런 소리를 냈을 거라고 상상한 거였지만 음악소리보다 혜림이 누나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혜림이 누나가 몸을 흔들고 있어 손가락으로 쑤시는 것은 힘들었고 그저 보지 안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손을 빼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다가 다시 노래가 시작되고 그들이 춤에 몰입하면 나도 다시 보지에 손을 집어넣어 혜림이 누나를 자극했다.
그러다가 부비댄스음악이 나왔고, 진구 형과 민기 형은 제 짝을 찾아 부비부비를 하며 놀기 시작했다. 짝이 없는 나는 박수만 치며 몸을 흔들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1절이 끝나자 민기 형이 유리 누나를 내게 보냈다.
유리 누나는 내 앞에서 뒤돌아서서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나는 민기 형 앞에서 유리 누나와 부비부비를 하기에는 너무 민망해 멋쩍게 웃으면서 뻘쭘하게 서있었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민기 형이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뭐해? 춤 춰.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춤일 뿐이야.”
대범한 사람 같으니라고. 아무리 춤이라지만 자기 여자친구와 다른 남자의 스킨십을 아무렇지도 않게 종용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맞춰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선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유리 누나의 뒤로 다가갔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를 만지면서 이미 잔뜩 발기한 내 자지를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갖다 댔다. 유리 누나는 딱딱한 내 자지에 흠칫 놀랐는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내 자지를 비벼댔다.
유리 누나는 꽤나 적극적으로 춤을 추었다. 엉덩이를 내 자지에 바짝 붙이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유리 누나가 내 자지를 피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좀 더 과감히 행동할 수 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유리 누나의 허리를 감싸며 내 자지를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비벼댔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춤을 추고 있는지 섹스행위를 묘사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내 자지는 유리 누나의 엉덩이를 마구 찔러대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것 같은 내 행위에도 유리 누나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유리 누나가 청바지가 아니라 치마만 입고 있었더라도 치마를 들추고 찔러댔을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흥분에 겨워 있었다.
흥분되는 유리 누나와의 부비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고, 다시 신나는 댄스파티로 이어졌다. 댄스음악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우리가 지칠 때쯤 되어 우선예약 했던 곡이 끝났고 발라드가 나왔다. 그 곡을 예약했던 민기 형만이 그 자리에 남아서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민기 형의 노래가 끝났고, 진구 형의 차례가 되었다. 진구 형도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서 열창했다. 나는 혜림이 누나와 아까 못 다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혜림이 누나의 옆에 붙어 앉았다.
오늘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내 손에 계속 놀아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내 손은 혜림이 누나의 뜨거운 보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는데, 유리 누나가 문득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혜림이 누나는 보지에서 퍼져 올라오는 쾌락을 느끼느라 신경이 둔해졌는지 유리 누나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고, 나와 눈이 마주친 유리 누나는 입을 실룩거리며 내게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유리 누나에게 윙크를 했고, 유리 누나는 토할 거 같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을 때 발딱 선 내 자지가 소연이의 엉덩이에 눌려져 있었다. 내가 소연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소연이가 내게 안겨서 자고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는 시은이를 비롯하여 동기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고, 생각나는 건 거기까지였다.
소변이고 뭐고 간에 내 자지를 소연이 엉덩이에 비비며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아직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 몇몇이 옹기종기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여 차마 그렇게 하질 못했다. 나는 빳빳한 자지가 눈에 띄지 않도록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주위뿐만 아니라 거실 곳곳에 동기들이 너부러져 잠에 취해있었다.
나는 동기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여 화장실로 갔다. 소변을 보고 다시 소연이 곁으로 가다가 문득 시은이가 떠올랐다. 잘 자고 있나 보려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며 찾았지만 시은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연이에게 향하던 발길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살짝 열어 얼굴만 들이밀고 시은이를 찾았지만 방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둘러보아도 시은이의 실루엣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방문을 닫고 다른 방으로 발을 옮겼다. 이번에도 방문을 살짝만 열어 얼굴만 집어넣고 시은이를 찾았다. 시은이가 얼굴을 방문 쪽을 향하고 누워 자고 있어서 그나마 쉽게 시은이를 찾을 수 있었다. 시은이는 곤한 표정으로 얕은 숨을 내쉬며 잠에 취해 있었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아 방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은이의 배위에 시은이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이 올려져있었다. 그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진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시은이의 뒤에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준이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방문을 닫고 다시 시은이 곁으로 가서 시은이를 마주보고 누웠다. 오래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크게 쌔근거리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흘렀을까. 그때까지도 현준이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현준이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 위에 얹어져 있던 손이 조금씩 위로 가더니 시은이의 가슴에 슬쩍 얹어졌다.
아직까지는 작정하고 만지는 건지 잠결인지 애매했다. 그래서 나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현준이가 시은이의 가슴의 촉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현준이의 손이 또다시 움직였다. 시은이의 가슴 위를 쓰다듬듯이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이 또한 판단하기 애매했다. 마음속으로는 들끓고 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괜한 사람 성추행범으로 만들까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현준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시은이의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시은이는 범접하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다른 동기들한테 찝쩍대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 미련이 남은 건지, 아니면 오기로라도 시은이를 한번 만져보고 싶었던 건지 추잡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시은이에게 더러운 손길이 닿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현준이의 손을 꽉 잡고 꺾어서 치워버렸고, 현준이는 비명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악력이 상당히 세서 무방비 상태로는 잡히는 것만으로도 아플 텐데 꺾어버리기까지 했으니 꽤나 아팠을 것이다. 놀라서 몸을 일으켜 날 쳐다보고 있는 현준이에게 조용히 다시 누워 있으라는 손짓을 했고, 현준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는 시은이를 계속 여기서 재우면 안 될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시은이는 신기할 정도로 잠투정 한번 안 부리고 깨우는 대로 일어나서 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 나왔다. 이렇게 순한 애는 다신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애가 그토록 도도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겉옷을 챙겨 시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은이는 비몽사몽하며 눈을 감고 서있었고, 나는 시은이에게 내 옷을 걸쳐주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은아, 졸려?”
시은이는 잠을 깨려는지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응. 근데 왜 깨운 거야?”
“그럴 일이 있었어. 많이 졸리면 거실에서 잘래?”
“뭐야, 깨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럼 조금 걸을까?”
“응.”
시은이와 나는 다정스레 손을 잡고 마을 어귀까지 걸어갔다. 마을 어귀에는 구멍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도 굳게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우리는 구멍가게 앞의 평상에 앉았다. 별다른 말도 없었는데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나는 시은이에게 씨익 웃어주고 평상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과 마주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은아, 너도 하늘 봐봐. 별 진짜 많다.”
“근데 진짜 나 왜 깨운 거야? 설마 별 보라고 깨운 거야?”
“그런 거라면?”
“죽여 버릴 거야.”
“이런 낭만 없는 대학생 같으니라고…….”
“진짜 죽고 싶구나?”
“네가 너무 예뻐서 깨웠어. 됐어?”
“치,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가만히 보고 있지, 왜 깨워?”
“데려 나와서 나 혼자 보려고…….”
“뭐야, 네가 내 남자친구야? 다른 애들도 내 예쁜 얼굴을 좀 봐야 나도 커플해볼 거 아냐? 가만 보면 너 때문에 남자들이 나한테 접근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아.”
“나 때문이긴……. 그럼 내가 옆에 없을 때 접근하는 남자 있었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혼자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전화번호 가르쳐달라는 남자 많아.”
시은이 말대로 일지도 몰랐다. 시은이가 눈에 띄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고, 시은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시은이가 도도한지 어떤지도 모른 채 시은이의 미모만 보고 접근할 테니 꽤나 많은 남자들이 찝쩍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시은이 성격에 전화번호를 가르쳐줄리 만무했고, 현실은 지금 이렇게 솔로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럼 걔네 만나면 되잖아. 사실 뻥이었지?"
"뻥 아니거든! 지나가다 본 남자랑 어떻게 사귀니?"
"그럼 나랑 별로 안 친할 때,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을까?"
내가 계속 놀리자 시은이는 발끈하며 대답했다.
“학교에서도 있었거든요.”
“정말?”
“그래, 있었어. 두 명이나.”
“저번엔 없다고 그랬었잖아.”
“그건…… 그냥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였지.”
“우리 시연이 인기 많았구나. 근데 너 혼자 오버하는 건 아니지?”
“응?”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건데 나 좋아하나 막 이러면서…….”
“아니거든요. 나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만나보지 왜 안 만났어?”
“그땐 별 생각이 없었어.”
“이젠 만나고 싶어 애가 닳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거야?”
“알면 됐어.”
“그래도 못 비켜줘. 네 남자친구는 내가 골라줄 거야. 아무한테 너 못 줘.”
시은이는 내 말이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네 맘대로 하세요.”
우리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은이와 나는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걸었다. 반쯤 갔을 때 시은이는 힘들다며 조금씩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은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걷고 있었는데 결국 시은이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 힘들어서 못 가겠어. 다리 아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몰라. 나 힘들어.”
“그럼 쉬었다가자.”
“나 업어줘.”
“어?”
“업어달라고. 힘들어. 업어줘.”
“쉬었다 가.”
“쉬어도 안 돼. 업어줘.”
나는 시은이의 생떼에 못 이겨 한숨을 내쉬며 시은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시은이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얼른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
“너 되게 무겁다.”
“응. 알아.”
“한 70킬로 되는 거 같아.”
“80도 넘을 걸?”
“이 정도 얘기하면 자존심 상해서 내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너의 얕은 수에 당할 거라 생각했어?”
나는 펜션에 도착하기 전에 시은이를 내리는 것은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펜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착했어. 어서 내려.”
나는 시은이를 내려주려고 쪼그리고 앉았지만 시은이는 대답도 없었고 내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시은이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얕은 숨을 내뱉는 걸 보니 시은이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편안히 자고 있었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또 한편으로는 잘 자고 있는 시은이를 깨워서 데리고 나온 건 나였으니까 내가 뿌린 씨앗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시은이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시은이를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시은이는 내 등에서 떨어지며 하품을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고, 시은이는 그런 날 보더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땀 흘렸어? 나 업고 와서 그런 거야?”
“80키로 넘는 걸 업었더니 힘드네.”
“그렇게 힘들었음 말을 하지.”
“알아서 내릴 줄 알았지. 내리기는커녕 자고 있을 줄이야…….”
“미안. 네 등이 너무 포근해서 잠들었나봐. 얼른 들어가서 샤워라도 해.”
“너! 다신 안 업어줘!”
시은이는 내게 있는 대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을 붙들고 엉겨 붙었다. 나는 시은이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감싸 안았다. 순간 시은이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번쩍 들어 올렸다가 놓아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걸 여기까지 업고 왔다니…….”
시은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다가 이내 정신이 들어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씨…… 죽을래?”
나는 시은이를 뒤로 하고 걸어가며 말했다.
“나 샤워할 거야. 넌 소연이 옆에 가서 자. 딴 데서 자지 말고.”
“알았어.”
시은이는 대답과 함께 날 졸래졸래 따라 펜션으로 들어왔다. 시은이는 내 말대로 소연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생각해보니 나란 놈이 너무나도 웃긴 놈인 것 같았다. 비록 소연이는 다른 동기들의 눈이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밝은 거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인 소연이를 내버려두고 시은이를 챙겨 나갔다가 온 게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던 것 같았다. 시은이를 친구로서 끔찍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소연이를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동기엠티는 소연이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알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즐거웠던 동기엠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연이 누나와의 화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가 그렇게 가버린 것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무시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도움으로 지연이 누나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을 듣고 진원이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와서 선배들이랑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그 자리에 가겠다고 통보를 했고 혜림이 누나도 다른 선배들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다른 선배들도 이젠 나를 꺼려하지 않았다. 내가 소연이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선배들이 술 마시러 오라고 할 정도였지만 내가 꺼려져서 피했었다. 뿐만 아니라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를 번갈아가며 만나느라 바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연이 누나를 달래주기 위해 그 자리에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선배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 갔을 때는 이미 모두가 모여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지연이 누나, 진원이 형, 진구 형이 차례로 앉아있었고, 다른 한쪽 의자에는 유리 누나, 민기 형, 혜림이 누나가 차례로 앉아있었다. 선배들이 앉아있는 의자에는 앉을 틈이 없어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앉아야 했다. 지연이 누나와 유리 누나가 앉아 있는 쪽은 벽이라서 갈 수 없었고 혜림이 누나와 진구 형이 앉아 있는 쪽 모서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유리 누나는 정말 반가운 듯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 보답하여 능청스럽게 유리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나 더 예뻐진 거 같아요. 연예계 데뷔 준비하세요? 왜 이렇게 예뻐져요?”
유리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민기 형에게 눈짓을 보냈고, 민기 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띄워주지 마. 얘 진짠 줄 알아.”
“제가 좀 과했죠?”
“그래. 적당히 했어야지.”
민기 형은 호탕하게 웃었고, 유리 누나는 샐쭉거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과도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 인사를 나누었다. 진원이 형과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때까지도 지연이 누나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진원이 형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일단 나도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지연이 누나는 내버려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내색 없이 다른 선배들과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지연이 누나와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지연이 누나는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기회만 기다리며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혜림이 누나의 발을 툭 찼다. 나는 내가 찬 부위를 털어주려고 고개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는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종아리 부위를 툭툭 털어주었다. 한창 진원이 형의 얘기를 듣고 있던 혜림이 누나는 날 스윽 보더니 다시 진원이 형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문득 장난이나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어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슬쩍 올려놓았다. 혜림이 누나가 이번에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진원이 형의 얘기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는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는 힘없이 따라왔다. 나는 슬쩍 의자를 옮기며 혜림이 누나 쪽으로 붙어 앉으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졌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만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세가 너무 어정쩡해져서 내가 하고 있는 짓이 그대로 걸릴 것만 같았다. 혜림이 누나도 내가 여기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날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척을 했다. 민기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민기 형이 고개만 돌려 내려다보면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민기 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는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고, 다행히도 민기 형은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다.
민기 형은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옆으로 당겨 앉으라고 눈짓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지만 내가 손으로 허벅지를 밀자 못이기는 척 밀려나 옆으로 갔다. 나는 얼른 혜림이 누나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혜림이 누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민기 형이 돌아온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곧 화장실을 다녀온 민기 형은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대화에 참여했다. 근데 내가 혜림이 누나를 만진다면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민기 형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신경 쓰며 만지기는 힘들 것 같아 한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살짝 돌려 민기 형으로부터 내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도록 막아두었다.
나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다음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아까처럼 내 손은 허벅지 안쪽 살을 어루만졌고 혜림이 누나도 이 정도는 괜찮은지 표정변화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니 술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내 손이 서서히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혜림이 누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며 내 손목을 붙잡았다. 혜림이 누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더 이상 만지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도 혜림이 누나의 뜻을 받들어 손을 되돌려 허벅지만 어루만질 뿐 진전시키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놀려주고 싶어 장난을 쳤다. 내 손이 슬쩍슬쩍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시늉을 할 때마다 혜림이 누나는 움찔하며 살짝살짝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지연이 누나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랄까봐 역시나 내 편이었던 것이다. 지연이 누나가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모두의 시선이 지연이 누나에게로 쏠렸다. 혜림이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틈을 타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덮어버렸다.
혜림이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뒤늦게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내 손이 점령한 다음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티내며 손으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혜림이 누나는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혜림이 누나는 내게 자신이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만 할 수 있었고,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가 어떤 눈빛을 보내든 짐짓 모른 체 하며 팬티를 덮고 있는 손을 그 자리에 굳혀놓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가 화가 난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보지에서도 잔뜩 화가 났는지 보짓물을 쏟아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흥분했는지 혜림이 누나의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미끈거렸다. 내 손이 허벅지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보지가 오라고 화를 내고 있었고, 막상 내 손이 보지에게 다가가니 이성이 본능을 누르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달아올라 벌게진 혜림이 누나의 얼굴을 보고 진구 형이 걱정이 됐는지 혜림이 누나에게 말했다.
“술 그만 마셔. 많이 취한 거 같아.”
“어? 어. 알았어.”
일순간 혜림이 누나에게 이목이 집중되었고, 나는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보지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내 움직임이 완벽하지는 않았나보다. 불행히도 내 손이 빠져나오는 걸 목격한 이가 있었다. 혜림이 누나의 얼굴을 보던 유리 누나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막 치마 속에서 빠져 나오던 내 손을 보고 말았다.
유리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날 쳐다보았다. 나는 유리 누나의 눈길을 외면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유리 누나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이 자리에서 혜림이 누나와 나의 놀이를 봤다고 터트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당장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순 있겠지만 유리 누나가 차후에라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걱정이 되었다.
유리 누나를 입막음할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골똘히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진원이 형이 돌아왔다.
“지연이 데려다주고 왔어?”
“응.”
“혹시 지연이한테 안 좋은 일 있어?”
“몰라.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피곤하다며 간다고 그러네.”
유리 누나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지연이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나였다. 지연이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자연스레 귀가 닫히고 유리 누나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것도 잠시, 내 머릿속은 다시 지연이 누나의 생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연이 누나가 내게 잠깐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지연이 누나를 만나러 갔다. 지연이 누나는 길가의 벤치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 밤공기 시원하고 좋다.”
“넌 지금 그런 말이 나오니? 무릎부터 꿇고 빌어야 하는 거 아냐?”
“내 무릎을 그렇게 싸구려로 봤어?”
난 무릎 꿇고 지연이 누나를 올려다보며 측은해 보이는 눈빛을 쏘았다. 비웃기라도 할 만한데 지연이 누나는 제대로 독기를 품었는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죽을 것만 같았어.”
“그렇게 미안한데 엠티를 갔어? 가서는 희희낙락거리며 놀았겠지.”
“아니야. 나 정말 재미없었어. 네가 그렇게 화가 나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맘 편히 놀 수 있겠어?”
“거짓말 마.”
“거짓말 아냐. 나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혼자 밖에 나가서 네 생각만 하고 있었어.”
“그런 사람이 전화 한 번 안 해?”
“이렇게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니까. 전화로 하면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았단 말이야.”
“그래놓고 어제는 전화 막 하더라? 엠티 갔다 오니까 내 생각난 건 아니었고?”
“만나자고 전화한 거야. 내가 어제 서울 도착하자마자 너 만나고 싶어 계속 전화한 거였는데…….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한 번만 봐주라. 응?”
“오늘 왜 왔어?”
잘 나가는 거 같더니 갑자기 이건 무슨 생뚱맞은 질문인가. 당연히 지연이 누나가 내게 화나있으니까 풀어주러 간 것 아닌가.
“너한테 사과하려고…….”
“사과하러 왔다는 건 네 잘못을 인정한다는 거 아냐?”
“그렇지.”
“근데 그게 반성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어?”
“뭐가?”
“애들이랑 신나서 희희 거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혜림이랑 계속 속닥이고…….”
지연이 누나가 나란 존재는 아예 무시하고 앉아 있었는 줄로만 알았는데 내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 손장난까지는 미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 이 순간에는 무조건 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멍청한 내가 미안해. 나 때문에 그 자리 분위기 망칠까봐 그랬던 건데…… 내가 분위기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내가 있을 때도 이랬는데 엠티 가서 안 놀았다고?”
“엠티 가서는 진짜 안 놀았어. 소연이랑도 다른 조라서 말도 거의 안 했단 말이야. 진짜 믿어줘. 이건 진짜 사실이야. 진짜, 진짜 사실이니까 믿어줘.”
“거짓말도 정도껏 해. 너랑 소연이랑 다른 조였다니 말이 돼?”
“사랑하는 사람이랑 싸우고 갔는데 소연이 같은 애랑 놀고 싶었겠어? 그래서 진짜 딱 잘라 말했지. 다른 조하자고.”
“소연이가 퍽이나 네 말 들었겠다.”
“그동안 동기들이랑 못 어울렸으니까 이번 엠티 때 재밌게 놀라고 하니까 알았다면서 동기들이랑 놀았어. 난 네가 마음에 걸려서 우울모드로 있으니까 같은 조 애들도 나한테 말도 못 걸었고…… 그래서 혼자 나와서 계속 네 생각만 하고 있었어. 믿어줘, 제발.”
“네 동기들한테 물어본다?”
“물어봐. 진짜니까.”
자신 있었다. 동기들이 그렇게 말을 해줄 거라는 자신은 아니었다. 지연이 누나가 물어보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었다. 지연이 누나가 무슨 명분으로 내가 엠티 때 어떻게 놀았는지 우리 동기들한테 물어본단 말인가.
“내가 알면서도 속아준다.”
“속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 진짜니까.”
“그냥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해. 얄미우니까.”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앞으로는 이렇게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일 없게 할게. 약속해.”
“시키는 대로 하니까 더 얄미워.”
나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근데 나 계속 이렇게 무릎 꿇고 있어?”
“어. 일어날 생각하지 마.”
“다리저린데…….”
나는 한껏 엄살을 피우며 다리를 두드렸다. 지연이 누나는 눈을 흘기며 옆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얼른 올라가 앉았다.
“어제 집으로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
“찾아갔었어. 나 너네 동네에서 계속 전화한 거야.”
“거짓말.”
“너 왜 자꾸 내 말 못 믿어?”
“네가 거짓말만 하잖아.”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지연이 누나를 바라보며 믿음직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나 서울 오자마자 너한테 전화했고, 안 받아서 너네 집으로 갔어. 근데 계속 전화 안 받아서 밤에 돌아갔지.”
“그럼 우리 집에는 왜 안 왔어?”
“어른들 계실 텐데 어떻게 가냐? 부모님은 우리 사귀는 것도 모르실 거 아냐?”
“정말이야?”
“그래.”
나는 지연이 누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지연이 누나는 나를 깊고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정말 너 하나만 사랑하는데, 너도 나 하나만 사랑하는 거 맞지?”
“지금 내가 그렇다고 말한다고 해서 너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래. 내가 영원히 눈을 감는 날 내 옆에는 네가 있을 거라고 확신해.”
“사랑해.”
지연이 누나는 내 얼굴을 잡아 자신의 얼굴 앞으로 당기더니 입맞춤을 했다. 지연이 누나의 달콤한 혀는 내 미각을 자극하며 진한 키스의 야릇함을 선사했다.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키스해준 거야.”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조금 더 하자.”
내 입술은 지연이 누나의 입술을 덮쳤고, 지연이 누나와의 뜨거운 키스가 또다시 진행되었다. 나는 길거리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지연이 누나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지연이 누나도 그런 사실을 잊었는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는지 지나가던 여자들이 야유 섞인 환성을 내질렀고, 그제야 나는 지연이 누나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키스를 멈추었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지연이 누나를 데리고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거칠게 지연이 누나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가슴을 주무르던 내 손은 아래로 내려가 지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꽉 붙잡아 당겨 나의 딱딱하게 서 있는 자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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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연이 누나의 보지를 만지고 싶었지만 지연이 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어 만지려면 바지를 풀어헤쳐야 했는데 누가 올지도 모르는 길에서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엉덩이와 가슴만 번갈아가며 만졌다. 우리는 그 정도의 선에서만 한참의 키스를 나누다가 지연이 누나가 내게서 입을 떼고 말했다.
“너 이제 그만 들어가. 애들 기다리겠다.”
“그럴까? 너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갈게.”
나는 지연이 누나를 지하철역까지 에스코트해 개찰구 안으로 들여보내고는 다시 술자리로 돌아갔다. 진원이 형은 집에 가고 없었고, 나머지 선배들만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혜림이 누나의 맞은편으로 갔다. 자리에 앉으려는데 진구 형이 날 보며 물어봤다.
“소연이 만나고 왔어?”
“네? 네…….”
“좋을 때다. 데려오지. 왜 혼자 왔어?”
“그냥요.”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고, 유리 누나는 그런 내가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다. 유리 누나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혜림이 누나를 성추행하는 놈으로 보일까, 아니면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선배랑 놀아나는 놈으로 보일까. 어느 편이든 나란 남자에 대해서는 질릴 것 같았다.
한참을 또 술을 마시다가 노래방에 가자는 민기 형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얼큰하게 취한 민기 형과 진구 형이 앞장서서 걸어갔고, 나와 혜림이 누나, 그리고 유리 누나는 뒤따라갔다.
다른 이들은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곧장 내려갔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유리 누나가 내 팔목을 잡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려 뇌세포들이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팽팽 돌아가고 있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몰아붙일 것 같았던 유리 누나는 모두 내려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혜림이랑 뭐야?”
“뭐가 뭐예요?”
“시침 떼지 말고 그냥 얘기해.”
“누나가 믿고 싶은 대로요.”
“나랑 해보자는 거야?”
“하긴 뭘 해요?”
“너 이런 애였어?”
유리 누나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격양되었고,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 차분하게 얘기해요. 다짜고짜 누나가 그렇게 물어보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유리 누나는 내 말에 반박하려 하였지만 나는 막아서며 계속 말했다.
“물론 누나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정도는 알아요. 누나가 본 것에 대해 그 이면을 알고 싶은 거겠죠. 솔직히 말씀해 드릴 테니까 알고 싶은 걸 물어보세요.”
유리 누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혜림이랑 잤어?”
“네.”
“사랑해?”
“아니요.”
“혜림이도 같은 마음이야?”
“네. 혜림이 누나가 사랑하는 건 진구 형뿐이니까요.”
“잠자리만 즐기는 사이라는 거야?”
“가끔요.”
유리 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지난번에 둘이서 술 마실 일이 있었는데 너무 많이 취하는 바람에 혜림이 누나는 제가 진구 형인 줄 알았고 저는 혜림이 누나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
“그러니까 혜림이는 네가 진구인 줄 알고 하자고 했고, 너는 너한테 그러는 줄 알고 했다?”
“네.”
“그 뒤로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네.”
“혜림이는 그런 애가 아닌데…… 꽉 막혀서 클럽도 잘 안 가는 애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왜 너랑 계속 관계를 하는 거야?”
“그건…… 제가 너무 하고 싶어서 계속 설득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준 거예요.”
“그럼 그때 관계를 빌미로 네가 계속 강간하고 있는 거네?”
이러다가 유리 누나가 날 콩밥까지 먹일 것 같았다. 웬만하면 혜림이 누나를 감싸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일이 커질까 두려워 적당히 혜림이 누나를 팔아야했다.
“아니요. 처음으로 다시 관계를 가진 건 인정해요. 근데 그 다음부터는 아니었어요. 혜림이 누나도 좋아했고,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예요.”
“물어본다?”
“네. 불러올까요?”
“됐어. 내가 나중에 물어볼 거야. 만약 아닐 시에는 넌 끝이야!”
“물론이죠! 그럼…… 못 본 걸로 해주실 거죠?”
“혜림이가 좋아서 그러고 있다는데 뭣 하러 얘기하니?”
“고마워요.”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그런 관계 유지할 거니?”
“모르겠어요.”
“오늘 나한테 걸렸다는 건 앞으로 얼마든지 진구한테도 걸릴 수 있다는 얘긴데 모르겠다고?”
“적당한 선에서 정리할게요. 그때까지는 모른 척 해주세요.”
“나도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 걸리지는 마.”
“네. 그럼 이제 들어가요.”
방으로 들어가니 스피커에서 조용한 발라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파는 기역자 형태로 있었고 민기 형은 텔레비전 옆에 있는 소파에, 진구 형과 혜림이 누나는 텔레비전의 정면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있었다. 유리 누나는 민기 형 옆으로 가서 앉았고 나는 진구 형 옆으로 가서 앉았다.
노래가 끝나자 민기 형은 댄스 음악을 우선예약하며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 왔으니까 놀아볼까? 진구야 흥겨운 걸로 몇 개 우선예약 해.”
스피커에서는 강한 비트가 흘러나왔고, 민기 형이 텔레비전 앞에 있는 빈 공간으로 나가면서 우리 모두를 끌어냈다. 민기 형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우리는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진구 형은 몇 곡의 예약을 끝내고 나와 민기 형과 콤비를 이루어 춤을 추었다. 누나들과 나는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민기 형과 진구 형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며 까르르 웃었다.
한 곡이 끝났지만 또 다른 곡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춤의 삼매경에 빠져 몸을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슬쩍 혜림이 누나의 곁으로 가서 한 손으로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혜림이 누나는 날 잠깐 쳐다보고는 미소를 잃지 않고 계속 몸을 흔들었다.
나는 더 이상 댄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몸이 엇박자로 움직이든 말든 상관 않고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만지는 데만 몰두했다. 그러던 내 손은 엉덩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치마 속으로 들어간 내 손은 바로 팬티를 헤집고 보지를 매만졌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는 아까 흘렸던 보짓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건지 다시 흥분되어 흘러나온 건지 약간의 보짓물이 손에 느껴졌다.
내 손가락은 보지구멍을 파고들었고, 혜림이 누나는 헉하고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지만 음악소리에 묻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나도 혜림이 누나의 입모양을 보고 그런 소리를 냈을 거라고 상상한 거였지만 음악소리보다 혜림이 누나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혜림이 누나가 몸을 흔들고 있어 손가락으로 쑤시는 것은 힘들었고 그저 보지 안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손을 빼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다가 다시 노래가 시작되고 그들이 춤에 몰입하면 나도 다시 보지에 손을 집어넣어 혜림이 누나를 자극했다.
그러다가 부비댄스음악이 나왔고, 진구 형과 민기 형은 제 짝을 찾아 부비부비를 하며 놀기 시작했다. 짝이 없는 나는 박수만 치며 몸을 흔들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1절이 끝나자 민기 형이 유리 누나를 내게 보냈다.
유리 누나는 내 앞에서 뒤돌아서서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나는 민기 형 앞에서 유리 누나와 부비부비를 하기에는 너무 민망해 멋쩍게 웃으면서 뻘쭘하게 서있었다.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민기 형이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뭐해? 춤 춰.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춤일 뿐이야.”
대범한 사람 같으니라고. 아무리 춤이라지만 자기 여자친구와 다른 남자의 스킨십을 아무렇지도 않게 종용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맞춰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선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유리 누나의 뒤로 다가갔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를 만지면서 이미 잔뜩 발기한 내 자지를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갖다 댔다. 유리 누나는 딱딱한 내 자지에 흠칫 놀랐는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내 자지를 비벼댔다.
유리 누나는 꽤나 적극적으로 춤을 추었다. 엉덩이를 내 자지에 바짝 붙이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유리 누나가 내 자지를 피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좀 더 과감히 행동할 수 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유리 누나의 허리를 감싸며 내 자지를 유리 누나의 엉덩이에 비벼댔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춤을 추고 있는지 섹스행위를 묘사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내 자지는 유리 누나의 엉덩이를 마구 찔러대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것 같은 내 행위에도 유리 누나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유리 누나가 청바지가 아니라 치마만 입고 있었더라도 치마를 들추고 찔러댔을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흥분에 겨워 있었다.
흥분되는 유리 누나와의 부비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고, 다시 신나는 댄스파티로 이어졌다. 댄스음악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우리가 지칠 때쯤 되어 우선예약 했던 곡이 끝났고 발라드가 나왔다. 그 곡을 예약했던 민기 형만이 그 자리에 남아서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민기 형의 노래가 끝났고, 진구 형의 차례가 되었다. 진구 형도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서 열창했다. 나는 혜림이 누나와 아까 못 다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혜림이 누나의 옆에 붙어 앉았다.
오늘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내 손에 계속 놀아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내 손은 혜림이 누나의 뜨거운 보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는데, 유리 누나가 문득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혜림이 누나는 보지에서 퍼져 올라오는 쾌락을 느끼느라 신경이 둔해졌는지 유리 누나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고, 나와 눈이 마주친 유리 누나는 입을 실룩거리며 내게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유리 누나에게 윙크를 했고, 유리 누나는 토할 거 같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