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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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00 조회 523회 댓글 0건본문
거실로 나가니 텔레비전에서 수려한 마스크와 현란한 입담을 앞세운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녹이려 하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는 이미 그들에게 매료되어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지연이 어디 갔어요?”
“씻는 거 같은데…….”
대답이 흘러나온 건 혜림이 누나의 입이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텔레비전에 꽂혀있었다. 오히려 유리 누나가 날 슬쩍 보더니 다시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들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따가운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유리 누나가 뒤돌아보았다.
“배 안고파?”
“조금요.”
“뭐 먹을래? 지연이가 시켜놓으래. 여기서 골라.”
유리 누나는 테이블에 있던 배달 음식점 책자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것을 펴보지도 않고 다시 테이블로 던지며 말했다.
“간단하게 중국집에서 시켜먹죠.”
“그래. 네가 시켜.”
나는 그녀들에게 주문을 받았다. 볶음밥 두 개에 짬뽕 하나. 두 개의 볶음밥은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 거였고, 짬뽕은 유리 누나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내가 먹을 울면까지 해서 배달을 시키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비누 향을 풍기며 다가온 지연이 누나가 내 배 위에 걸터앉았다. 지금 나는 화가 잔뜩 나 있다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갖은 인상을 쓰며 잔뜩 눈에 힘을 주어 부릅뜬 채로 지연이 누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지연이 누나가 날 쳐다보지 않아 내 눈만 아플 뿐이었다. 눈이 시려왔고 눈물까지 맺히려 하였다. 얼른 나는 눈에 힘을 풀었고, 선한 눈빛으로 깜빡이고 있을 때 지연이 누나가 고개를 돌려 날 보았다.
“눈에 뭐 들어갔어?”
“아니, 네가 무거워서 눈물이 다 나네.”
“웃기셔. 네가 올라타는 게 더 무겁거든.”
유리 누나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흘끔 쳐다보더니 혜림이 누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혜림아, 지연이 말을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 거 맞아?”
“아마 맞을걸. 눈뜨자마자 왜들 저러나 몰라.”
“귀엽다. 귀여워. 그치?”
“철없이 노는 게 한창 귀여울 때지.”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의 놀림에 지연이 누나는 가볍게 웃으며 정말 행복하다는 투로 답했다.
“아, 제대로 자지도 못 했는데 왜 이렇게 개운한지 모르겠네. 너희는 어때?”
“쳇, 나도 개운해. 유리야, 안 그래?”
“그래. 너넨 실컷 개운해라. 나는 찌뿌듯해 죽겠다. 에잇, 잠이나 자야지.”
유리 누나는 자리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혜림이 누나는 유리 누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곧 음식이 배달되었고,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먹는 개운한 울면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지난밤 술을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혔던 혈관들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후련한 맛과 느낌을 전해주었다. 울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데 유리 누나가 물어왔다.
“너 변태야?”
“왜요? 울면 맛있게 먹으면 변태예요?”
“누가 그것 때문이래? 지연이한테 저런 옷 입히니까 그런 거지.”
“저 옷이 어때서요?”
“속옷도 안 입히고 가슴 다 비치는 옷에 레깅스가 안 이상해?”
“그래. 안 이상해?”
지연이 누나는 제 편을 만나 신났는지 유리 누나의 말에 맞장구치며 내게 맞섰다. 내가 방을 나가기 전에 그녀들끼리 모종의 대화가 오간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집에서 입는 건데…….”
“어차피 집인데 너도 벗어.”
이번에는 지연이 누나뿐만 아니라 혜림이 누나까지도 그래, 그래 하며 유리 누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거들고 나섰다. 난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에이, 다들 왜 그래요? 웃자고 장난친 거 갖고 죽자고 덤비면 안 되죠.”
“넌 그런 걸 장난이라고 쳐? 여자한테? 그것도 자기 여자친구한테?”
유리 누나의 사뭇 진지한 말투에 나는 무어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유리 누나에게 페미니스트의 성향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그저 지연이 누나를 놀리며 웃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유리 누나에게는 여권억압으로 비춰졌나보다.
식은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울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유리 누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덩달아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웃음을 터트렸다.
“얘 땀 흘리는 거 봐. 완전 웃겨.”
“지금 저 놀린 거예요?”
“너 진짜 잘 속는다. 네가 짱이야.”
방을 나서기 전 날 비웃었던 그녀들과 날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지연이 누나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고 나왔건만 그러기는커녕 나만 계속 놀림거리가 되고 있었다. 유리 누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의 여자들인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가 유리 누나와 한데 어울려 내게 대적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를 찌릿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들은 나의 무서움을 모르는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웃어댔다.
분을 삭이며 꾸역꾸역 울면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결국 나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울 때까지도 그녀들을 골탕 먹일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정리하고 그릇을 밖에다 내놓고 들어오는데 지연이 누나가 몸을 숙여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한껏 치켜 올라간 엉덩이 덕에 지연이 누나의 보지 도끼 자국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보다 지연이 누나의 보지에는 내 정액인지 지연이 누나의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묻어 얼룩져 있었다.
지연이 누나가 행주를 들고 부엌으로 가면서 지연이 누나의 얼룩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새로운 얼룩을 볼 수 있었다. 두 발바닥을 붙이고 앉아있던 유리 누나의 핫팬츠의 보지 부근에 심한 얼룩이 져있었던 것이다. 이는 필시 나의 손장난으로 인해 만들어진 유리 누나의 보짓물 때문일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바지 왜 그래요? 원래 그런 거예요?”
“뭐가?”
유리 누나는 바지를 내려다보았고, 혜림이 누나도 고개를 돌려 유리 누나의 바지를 쳐다보았다. 얼룩을 보았는지 유리 누나는 얼른 다리를 모아 앉았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껏 당황한 유리 누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줌 쌌어요?”
유리 누나는 날 노려보며 버럭 소리쳤다.
“아니야.”
“그럼 왜 그래요?”
혜림이 누나는 내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그만 놀리라는 시늉을 했다. 유리 누나는 단단히 화가 난 듯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난 유리 누나의 약점을 잡아 신난 기분에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떠들었다.
“누나 혹시…… 사랑의 물?”
결국 나는 유리 누나에게 쥐어 터졌다. 유리 누나의 주먹은 내 배를 갈랐고, 난 헉 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잡고 무릎을 꿇고만 것이다.
“적당히 해. 안 참는다.”
“누나, 경고는 때리기 전에 하는 거예요.”
“때린 것도 경고야.”
“그런 경고가 어디 있어요? 아파 죽겠네.”
유리 누나는 내 배를 다시 한 번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이제 가자, 지연이 부모님 오시기 전에.”
세세한 집 정리는 지연이 누나에게 모두 미루고 큼지막한 것들만 대충 정리를 끝낸 다음 나갈 채비를 했다. 배웅을 나오겠다는 지연이 누나에게 집 정리나 잘하라고 남겨두고 우리끼리만 집을 나섰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었지만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여 바래다주고 가려고 그녀들과 함께 갔다. 걸어가는 동안 유리 누나는 내내 통화를 했고, 혜림이 누나와 나는 말없이 걷고 있었다.
“어젠 갑자기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했잖아.”
갑작스레 커진 유리 누나의 목소리 탓도 있었지만 어제라는 단어 때문에 유리 누나의 말이 귀에 쏙 박혔다. 어제 갑자기 생긴 일이라면 내가 불쑥 나타난 일인데, 그렇다면 나 때문에 유리 누나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 때문이라니 그게 뭘까 궁금해져서 유리 누나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알았어, 알았어. 만들어 준다고. 딱 한 번만이야!”
약속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유리 누나의 말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리 누나는 상대방과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어제와는 관련 없는 얘기들 같아서 흘려들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유리 누나는 내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연이 참 괜찮은 애야. 그치?”
“그렇죠.”
“잘 챙겨. 너 말고도 지연이 좋다는 애들 줄 섰으니까.”
“방금 통화한 사람도요?”
“아마도?”
“혹시 어제 그 사람이랑 만나기로 했어요?”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네 맘대로 생각해.”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를 보내고 혼자 집으로 가며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지연이 누나는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남자까지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래서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것이고, 오히려 내게 화까지 낸 것이다. 그 남자는 이미 지연이 누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좋아한다만다 하는 소리까지 지껄이고 있는 것이지. 어쩌면 서로의 얼굴만 아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 알지도 몰랐다. 이렇게 집이 비거나 틈이 날 때면 불러서 성욕을 해결하는 섹스파트너일지도 몰랐다.
여기까지가 나의 추잡한 상상이었다. 지연이 누나라면 절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연이 누나에게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묻어두고만 싶었다.
* * *
친구들과 클럽을 가기로 한 날이다. 처음에 클럽가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소연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나중에 내가 가기 싫으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그에 반해 시은이는 처음 가보는 클럽이라며 마냥 들떠 오늘을 손에 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클럽에서 더 잘 놀기 위해 적당한 알콜을 섭취하고 클럽으로 들어갔다. 클럽은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으로 들어가면 바로 바가 있었고, 그 옆쪽으로 테이블들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바를 지나면 춤을 출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어디서나 춤 출 수 있는 곳이 클럽이긴 하지만 저 공간에서는 맘껏 부비부비를 할 수 있었다.
12시도 안 된 시간에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럽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언저리에 둘러서서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지철이는 술과 음악에 취해 필을 받았는지 우리 가운데로 들어와 춤사위를 선보였고, 우리는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슬슬 들어가서 놀자.”
적당히 몸을 풀었으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지철이의 말에 동의했고, 우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리끼리 뭉쳐있기 힘들어 친구들 모두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춤을 추었다. 그래도 나는 소연이만은 절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소연이는 DJ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소연이를 마주보고 서서 지키고 있었다.
소연이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는데 소연이의 뒤에 서있는 남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 남자는 내게 자리가 좁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소연이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서있었다. 가끔 클럽에서 여자친구에게 조금 부비했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볼 때면 초짜들이 클러버들의 아름다운 문화를 이해 못하고 추한 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겪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며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도 나는 애써 침착하게 웃으며 뒤로 조금 물러난 다음 소연이를 내 앞으로 당겨 소연이의 뒤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공간이 유지된 건 찰나였을 뿐 그 남자는 나의 방어를 무색하게 했다. 다시 소연이에게 바짝 붙은 남자는 DJ를 보며 몸을 흔들었다. 내 눈 앞에서 소연이의 엉덩이가 다른 남자의 자지에 부벼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짜증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소연이도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싫은 것 같아보였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 말라는 눈치도 안 주고 왜 가만히 있냐고 소연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쪼잔하게 보일까봐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남자가 소연이에게 부비부비하며 좋다고 실실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나는 소연이와 자리를 바꾸었다. 그리고 소연이를 돌려세워 내가 소연이를 부비부비할 수 있는 자세로 만들었다. 이로써 소연이의 엉덩이는 완벽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연이에게 다른 사람의 자지가 아닌 나의 자지를 느끼게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소연이의 허리를 감싸 안고 슬슬 리듬을 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내 자지는 소연이의 탱탱한 엉덩이를 느끼며 점점 딱딱해졌다. 커질 대로 커진 내 자지는 소연이의 엉덩이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고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나는 소연이 엉덩이골 사이로 불끈 선 자지를 정착시키고 소연이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를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내 귀에 대고 말했다.
“힘들어. 나 좀 쉴래.”
“그럴래? 잘 따라와.”
나는 소연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소연이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덥지?”
“응.”
“맥주 마실래?”
“그럴까?”
“2층으로 갈래?”
“그래.”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바에 가서 티켓을 내고 병맥주 두 개를 받았다. 맥주를 들고 우리는 1층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으로 가 기대어 서서 맥주를 들이켰다. 나는 다른 애들이 어디 있는지 찾았지만 현준이만 보였고, 나머지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도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관심을 거두고 무대를 누비는 현준이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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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이는 발정난 개처럼 헐떡이며 암캐의 냄새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현준이의 근처에는 세 명의 여자가 무리지어 있었고, 이미 그녀들 뒤에는 남자들이 한 명씩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이는 미련이 남는지 흘끔흘끔 쳐다보며 틈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소연이도 현준이를 찾았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현준이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어, 보고 있었어. 근데 다른 애들은 안 보이네.”
“1층에서 쉬고 있는 거 아냐? 내려가 볼까?”
“그럴래?”
난 현준이가 무얼 할지 궁금해 더 보고 싶었지만 소연이에게 이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1층과 2층 사이에서 재훈이와 예진이, 지철이, 시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란히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갱스터라도 된 듯 껄렁거리며 재훈이에게 인사했다.
“what's up, man."
"Sup."
재훈이도 건들거리며 내 인사를 받아주며 하이파이브를 했고, 우리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는 예진이에게도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들며 같은 인사를 건넸지만 예진이는 비웃을 뿐 받아주지 않았다. 지철이는 손을 휘휘 저으며 애초에 내 인사를 차단했다. 마지막 남은 시은이에게 눈을 돌리자 시은이는 받아줄 듯이 손을 들었지만 나는 악수를 청하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반가워.”
시은이는 내 손바닥을 꼬집으며 눈을 흘겼고, 나는 시은이에게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메롱 하고는 소연이와 그들 옆에 앉았다.
나는 시은이에게 맥주를 내밀며 말했다.
"마실래?“
“좀 전에 마셨어.”
“그럼 잠깐만 들고 있어봐.”
시은이는 내 맥주병을 받아들었고, 나는 신발 끈을 고쳐 묶으며 말했다.
“버려.”
시은이는 맥주병으로 내 허벅지를 짓눌렀다. 나는 아파서 다리를 옆으로 빼냈고, 그 바람에 맥주병이 미끄러지며 시은이의 몸은 휘청거렸다. 나는 재빠르게 시은이의 몸을 잡았다. 시은이와 내 볼이 닿을 듯 말 듯 하고 있었고, 시은이의 숨소리가 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나는 시은이를 밀치듯 하며 몸을 세워주었다. 시은이는 고개를 숙이고 맥주병을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나는 시은이의 손에서 맥주병을 낚아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때? 재밌어? 처음이라 기대 많이 했잖아.”
“어? 어……. 재밌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
“왜 짜증나?”
“그냥 뭐…… 남자들이 뒤에 와서 들러붙으면 좀 그래.”
보아하니 시은이는 남자들이 찝쩍대는 걸 못 이기고 금방 뛰쳐나왔을 것 같다.
“처음엔 그렇다가 나중엔 익숙해질걸? 퇴치하는 법도 터득하게 될 테고.”
“어떻게 퇴치하는 거야?”
“노려보거나 대놓고 하지 말라고 말하면 돼.”
나는 말이 끝날 쯤에 고개를 돌려 소연이를 쳐다보았다. 소연이도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결의에 가득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넌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많이 당해봤어?”
“친구들이 얘기해줬어. 나도 처음인데 알 리가 없잖아.”
“거짓말 하시네.”
“진짜일 걸? 윤호가 클럽은 시시하다고 나이트만 다닌다고 했어.”
재훈이가 불쑥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며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뭐, 뭐야? 아니야. 나 나이트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시은이와 소연이가 양쪽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클럽은 두어 번 와봤는데 나이트는 진짜 한 번도 안 가봤어.”
“갈 수도 있지, 뭘 그거 갖고 그래?”
노려볼 때는 언제고 아무렇지 않은 일인 것처럼 소연이가 말했고, 나는 괜히 혼자 오버하는 꼴이 되었다.
“춤이나 추러 가자.”
내 말에 그 누구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소연이는 그런 날 보며 말했다.
“왜? 놀고 와.”
“너 여기 있는데 나 혼자 가?”
“괜찮아. 얘네랑 같이 있음 돼. 가서 놀아.”
“그럴까?”
나는 고개를 돌려 계속 말했다.
“너네들 안 갈 거야?”
재훈이와 예진이, 지철이는 손을 가로저으며 거절했고, 시은이는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시은아, 안 갈래?”
“가고 싶기는 한데…….”
“그럼 가자. 일어나.”
시은이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 치근대는 게 싫어 꺼리는 것일 텐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시은이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우리는 1층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져 바 근처까지도 밀려있었다.
“2층으로 가서 내려가자.”
나는 시은이를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도 사람이 많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춤추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나는 시은이를 이끌고 난간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사람들끼리 얽히고설켜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뚫고 가려면 힘들겠다. 조금 이따 내려가자.”
“알았어.”
우리는 성냥갑 속에서 둥실 둥실 춤추고 있는 성냥들을 내려다보며 같이 리듬을 탔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는데 현준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부비부비 할 상대를 찾고 있는지 이리저리 파고들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내 타겟을 발견했는지 두 명의 여자가 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두 명의 여자 뒤에는 늑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 덕에 누구 하나 제대로 부비부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남자들은 파고들 생각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티고 있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옆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고작이었다. 저런 상황에서는 용기 있게 나서서 여자 뒤에 붙는 것이 유리한데 그러기에는 그들은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인가 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재미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준이는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을 용케도 뚫고 들어가 한 여자의 뒤에 섰다. 저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저러다가 시비 붙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머지 늑대들은 현준이가 여자 뒤에 제대로 자리를 잡자 슬금슬금 물러나며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현준이는 여자 뒤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부비부비를 하며, 그녀에게 무어라고 속삭였다. 그들은 마음이 맞았는지 꽤나 오랜 시간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시은이를 버려두고 뛰어들어 부비부비를 하고 싶었다. 시은이는 내 마음을 읽고 내가 자기를 혼자 두고 갈까봐 걱정이 됐는지 내게 말했다.
“내려가고 싶어?”
“응. 가볼까?”
“그래.”
“내 손 꼭 잡고 조심히 따라와.”
난 시은이의 손을 잡고 길을 트며 계단을 내려갔다. 부비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자의 감촉을 느끼고 싶어 여자가 있는 곳까지 갔지만 시은이가 옆에 있어 그 여자 뒤에 붙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쉬웠지만 그냥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춤을 추었다.
시은이는 내 옆에 서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시은이의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용감한 늑대 한 마리가 시은이 뒤에 붙어 섰고, 시은이는 잔뜩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매서운 시은이의 눈을 본 남자는 움찔하며 물러났고,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다음 남자가 뒤로 와서 섰다. 시은이는 한숨을 내쉬며 또다시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며 눈치를 줬지만 남자는 모른 체하며 계속 자지를 들이밀고 서있었다.
“저리 치워요.”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시은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남자는 시은이를 미친 여자 보듯 쳐다보고는 자리를 옮겼다. 시은이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진 채로 펴질 생각을 않고 있었다. 나는 시은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내가 네 뒤에 서 있을까?”
“그래줄래?”
나는 시은이 뒤에 자리를 잡고 서서 완벽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시은이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고, 나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우리는 비트에 몸을 맡긴 채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압박 때문에 시은이와 나 사이의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새 내 자지는 시은이의 엉덩이에 밀착되었고, 나는 미안해서 시은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미안해. 사람들이 너무 밀어서……. 불편하면 밖으로 나갈까?”
“아냐, 아냐. 괜찮아.”
그나마 다행인 건 자지가 서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도할 때가 아니었다. 자지가 점점 부풀었고, 나는 너무 민망해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시은이는 내 자지가 섰다는 걸 느꼈을 텐데도 모른 척 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있기에는 불편해 나는 이만 나가고 싶었다. 시은이가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반쯤 뒤돌아보았지만 내 눈은 마주치지 못하며 말했다.
“나가자. 너무 더운 거 같아.”
“그럴까?”
나는 시은이의 손을 잡아 사람들을 헤집고 나갔다. 우리는 아까 쉬고 있었던 의자로 갔지만 친구들은 춤을 추러 간 건지 아무도 없었다. 시은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숨을 돌렸다. 우리 사이에는 침묵과 함께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참다 참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아깐 나도 모르게…… 미안해.”
“괜찮아. 그게 네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
“괜찮대도 그러네. 근데 내가 남자였어도 그랬을까?”
“그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까…….”
“그럼 내가 여자로 생각되긴 해?”
“물론 네가 친구이긴 하지만 여잔 여자지.”
“그래? 그렇구나.”
시은이는 알 듯 모를 듯한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너한테 다른 감정을 갖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하지 마.”
“말 안 해도 알아.”
“나는 혹시나 네가 모르고 오해할까봐…….”
시은이의 표정은 차가워졌고, 말투 또한 쌀쌀해졌다.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확인시킬 필요 없어.”
시은이의 차가운 표정을 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따뜻한 몇 마디로 시은이의 표정은 풀렸고,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워놓고 다른 친구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한참이 지났음에도 친구들은 나올 생각을 않고 있었다. 얼마나 재밌게 놀고 있기에 나올 생각을 않는지 보고 싶어 시은이를 이끌고 2층 난간으로 갔다.
친구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재훈이는 혼자 음악에 취해 있었고, 소연이와 예진이는 둘이서 쿵짝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철이는 이도저도 아니게 중간에 걸쳐져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보고 있는 동안 소연이와 예진이의 뒤에 몇 명의 남자들이 거쳐 갔다. 소연이와 예진이는 남자들에게 대응하는 방식이 비슷했다. 남자가 뒤에 붙을 때까지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밀착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거나 손이 몸을 더듬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어중이떠중이로 있던 지철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연이에게 다가간 지철이는 소연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닥였다. 그 말에 소연이는 활짝 웃었고, 지철이는 몇 마디 더 속닥였다. 얘기는 끝난 것 같았지만 지철이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소연이의 약간 비스듬한 뒤쪽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철이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 지난 지금 결과만 놓고 보니 소연이의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아주 조금씩 치밀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모르는 남자였다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밀착도였지만 지철이라 그런지 가만히 놔두는 소연이였다.
“지철이, 소연이한테 왜 저래?”
“응? 뭐가?”
“안 보고 있었어?”
“아, 저거? 춤 추다보면 저럴 수도 있지.”
나는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그들 사이에 떨어져 갈라놓고 싶었지만 시은이에게는 마음이 한없이 넓은 남자인 양 말했다. 시은이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계속 얘기를 꺼냈다.
“질투 안 나?”
“질투는 무슨…….”
“너 소연이 안 좋아해?”
“소연이를 믿는 거지.”
시은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나도 그들의 행위에 눈길을 떼지 않았다.
지철이의 손이 순간적으로 소연이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처럼 보였다. 팔을 움직이다가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것은 분명 의도적인 움직임처럼 보였다. 한 차례 더 지철이의 그런 행위가 있었지만 소연이는 눈치 채지 못한 건지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도 지철이의 더 한 행위는 없었고, 그들끼리 몇 마디 속닥이더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도 시은이와 함께 아까 쉬던 자리로 내려갔다. 소연이와 지철이, 재훈이, 예진이가 나왔고 현준이는 먼저 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도 클럽에서 나왔다. 그렇게 시은이의 첫 번째 클럽방문, 그리고 소연이와 내가 함께한 첫 번째 클럽방문은 끝이 났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소연이와 함께 클럽에 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는 교훈을 주는 클럽방문이었다.
“지연이 어디 갔어요?”
“씻는 거 같은데…….”
대답이 흘러나온 건 혜림이 누나의 입이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텔레비전에 꽂혀있었다. 오히려 유리 누나가 날 슬쩍 보더니 다시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들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따가운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유리 누나가 뒤돌아보았다.
“배 안고파?”
“조금요.”
“뭐 먹을래? 지연이가 시켜놓으래. 여기서 골라.”
유리 누나는 테이블에 있던 배달 음식점 책자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것을 펴보지도 않고 다시 테이블로 던지며 말했다.
“간단하게 중국집에서 시켜먹죠.”
“그래. 네가 시켜.”
나는 그녀들에게 주문을 받았다. 볶음밥 두 개에 짬뽕 하나. 두 개의 볶음밥은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 거였고, 짬뽕은 유리 누나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내가 먹을 울면까지 해서 배달을 시키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비누 향을 풍기며 다가온 지연이 누나가 내 배 위에 걸터앉았다. 지금 나는 화가 잔뜩 나 있다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갖은 인상을 쓰며 잔뜩 눈에 힘을 주어 부릅뜬 채로 지연이 누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지연이 누나가 날 쳐다보지 않아 내 눈만 아플 뿐이었다. 눈이 시려왔고 눈물까지 맺히려 하였다. 얼른 나는 눈에 힘을 풀었고, 선한 눈빛으로 깜빡이고 있을 때 지연이 누나가 고개를 돌려 날 보았다.
“눈에 뭐 들어갔어?”
“아니, 네가 무거워서 눈물이 다 나네.”
“웃기셔. 네가 올라타는 게 더 무겁거든.”
유리 누나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흘끔 쳐다보더니 혜림이 누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혜림아, 지연이 말을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 거 맞아?”
“아마 맞을걸. 눈뜨자마자 왜들 저러나 몰라.”
“귀엽다. 귀여워. 그치?”
“철없이 노는 게 한창 귀여울 때지.”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의 놀림에 지연이 누나는 가볍게 웃으며 정말 행복하다는 투로 답했다.
“아, 제대로 자지도 못 했는데 왜 이렇게 개운한지 모르겠네. 너희는 어때?”
“쳇, 나도 개운해. 유리야, 안 그래?”
“그래. 너넨 실컷 개운해라. 나는 찌뿌듯해 죽겠다. 에잇, 잠이나 자야지.”
유리 누나는 자리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혜림이 누나는 유리 누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곧 음식이 배달되었고,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먹는 개운한 울면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지난밤 술을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혔던 혈관들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후련한 맛과 느낌을 전해주었다. 울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데 유리 누나가 물어왔다.
“너 변태야?”
“왜요? 울면 맛있게 먹으면 변태예요?”
“누가 그것 때문이래? 지연이한테 저런 옷 입히니까 그런 거지.”
“저 옷이 어때서요?”
“속옷도 안 입히고 가슴 다 비치는 옷에 레깅스가 안 이상해?”
“그래. 안 이상해?”
지연이 누나는 제 편을 만나 신났는지 유리 누나의 말에 맞장구치며 내게 맞섰다. 내가 방을 나가기 전에 그녀들끼리 모종의 대화가 오간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집에서 입는 건데…….”
“어차피 집인데 너도 벗어.”
이번에는 지연이 누나뿐만 아니라 혜림이 누나까지도 그래, 그래 하며 유리 누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거들고 나섰다. 난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에이, 다들 왜 그래요? 웃자고 장난친 거 갖고 죽자고 덤비면 안 되죠.”
“넌 그런 걸 장난이라고 쳐? 여자한테? 그것도 자기 여자친구한테?”
유리 누나의 사뭇 진지한 말투에 나는 무어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유리 누나에게 페미니스트의 성향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그저 지연이 누나를 놀리며 웃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유리 누나에게는 여권억압으로 비춰졌나보다.
식은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울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유리 누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덩달아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웃음을 터트렸다.
“얘 땀 흘리는 거 봐. 완전 웃겨.”
“지금 저 놀린 거예요?”
“너 진짜 잘 속는다. 네가 짱이야.”
방을 나서기 전 날 비웃었던 그녀들과 날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지연이 누나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고 나왔건만 그러기는커녕 나만 계속 놀림거리가 되고 있었다. 유리 누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의 여자들인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가 유리 누나와 한데 어울려 내게 대적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를 찌릿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들은 나의 무서움을 모르는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웃어댔다.
분을 삭이며 꾸역꾸역 울면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결국 나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울 때까지도 그녀들을 골탕 먹일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정리하고 그릇을 밖에다 내놓고 들어오는데 지연이 누나가 몸을 숙여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한껏 치켜 올라간 엉덩이 덕에 지연이 누나의 보지 도끼 자국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보다 지연이 누나의 보지에는 내 정액인지 지연이 누나의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묻어 얼룩져 있었다.
지연이 누나가 행주를 들고 부엌으로 가면서 지연이 누나의 얼룩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새로운 얼룩을 볼 수 있었다. 두 발바닥을 붙이고 앉아있던 유리 누나의 핫팬츠의 보지 부근에 심한 얼룩이 져있었던 것이다. 이는 필시 나의 손장난으로 인해 만들어진 유리 누나의 보짓물 때문일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바지 왜 그래요? 원래 그런 거예요?”
“뭐가?”
유리 누나는 바지를 내려다보았고, 혜림이 누나도 고개를 돌려 유리 누나의 바지를 쳐다보았다. 얼룩을 보았는지 유리 누나는 얼른 다리를 모아 앉았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껏 당황한 유리 누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줌 쌌어요?”
유리 누나는 날 노려보며 버럭 소리쳤다.
“아니야.”
“그럼 왜 그래요?”
혜림이 누나는 내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그만 놀리라는 시늉을 했다. 유리 누나는 단단히 화가 난 듯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난 유리 누나의 약점을 잡아 신난 기분에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떠들었다.
“누나 혹시…… 사랑의 물?”
결국 나는 유리 누나에게 쥐어 터졌다. 유리 누나의 주먹은 내 배를 갈랐고, 난 헉 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잡고 무릎을 꿇고만 것이다.
“적당히 해. 안 참는다.”
“누나, 경고는 때리기 전에 하는 거예요.”
“때린 것도 경고야.”
“그런 경고가 어디 있어요? 아파 죽겠네.”
유리 누나는 내 배를 다시 한 번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이제 가자, 지연이 부모님 오시기 전에.”
세세한 집 정리는 지연이 누나에게 모두 미루고 큼지막한 것들만 대충 정리를 끝낸 다음 나갈 채비를 했다. 배웅을 나오겠다는 지연이 누나에게 집 정리나 잘하라고 남겨두고 우리끼리만 집을 나섰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었지만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여 바래다주고 가려고 그녀들과 함께 갔다. 걸어가는 동안 유리 누나는 내내 통화를 했고, 혜림이 누나와 나는 말없이 걷고 있었다.
“어젠 갑자기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했잖아.”
갑작스레 커진 유리 누나의 목소리 탓도 있었지만 어제라는 단어 때문에 유리 누나의 말이 귀에 쏙 박혔다. 어제 갑자기 생긴 일이라면 내가 불쑥 나타난 일인데, 그렇다면 나 때문에 유리 누나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 때문이라니 그게 뭘까 궁금해져서 유리 누나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알았어, 알았어. 만들어 준다고. 딱 한 번만이야!”
약속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유리 누나의 말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리 누나는 상대방과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어제와는 관련 없는 얘기들 같아서 흘려들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유리 누나는 내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연이 참 괜찮은 애야. 그치?”
“그렇죠.”
“잘 챙겨. 너 말고도 지연이 좋다는 애들 줄 섰으니까.”
“방금 통화한 사람도요?”
“아마도?”
“혹시 어제 그 사람이랑 만나기로 했어요?”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네 맘대로 생각해.”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를 보내고 혼자 집으로 가며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지연이 누나는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남자까지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래서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것이고, 오히려 내게 화까지 낸 것이다. 그 남자는 이미 지연이 누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좋아한다만다 하는 소리까지 지껄이고 있는 것이지. 어쩌면 서로의 얼굴만 아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 알지도 몰랐다. 이렇게 집이 비거나 틈이 날 때면 불러서 성욕을 해결하는 섹스파트너일지도 몰랐다.
여기까지가 나의 추잡한 상상이었다. 지연이 누나라면 절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연이 누나에게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묻어두고만 싶었다.
* * *
친구들과 클럽을 가기로 한 날이다. 처음에 클럽가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소연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나중에 내가 가기 싫으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그에 반해 시은이는 처음 가보는 클럽이라며 마냥 들떠 오늘을 손에 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클럽에서 더 잘 놀기 위해 적당한 알콜을 섭취하고 클럽으로 들어갔다. 클럽은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으로 들어가면 바로 바가 있었고, 그 옆쪽으로 테이블들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바를 지나면 춤을 출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어디서나 춤 출 수 있는 곳이 클럽이긴 하지만 저 공간에서는 맘껏 부비부비를 할 수 있었다.
12시도 안 된 시간에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럽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언저리에 둘러서서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지철이는 술과 음악에 취해 필을 받았는지 우리 가운데로 들어와 춤사위를 선보였고, 우리는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슬슬 들어가서 놀자.”
적당히 몸을 풀었으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지철이의 말에 동의했고, 우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리끼리 뭉쳐있기 힘들어 친구들 모두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춤을 추었다. 그래도 나는 소연이만은 절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소연이는 DJ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소연이를 마주보고 서서 지키고 있었다.
소연이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는데 소연이의 뒤에 서있는 남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 남자는 내게 자리가 좁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소연이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서있었다. 가끔 클럽에서 여자친구에게 조금 부비했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볼 때면 초짜들이 클러버들의 아름다운 문화를 이해 못하고 추한 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겪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며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도 나는 애써 침착하게 웃으며 뒤로 조금 물러난 다음 소연이를 내 앞으로 당겨 소연이의 뒤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공간이 유지된 건 찰나였을 뿐 그 남자는 나의 방어를 무색하게 했다. 다시 소연이에게 바짝 붙은 남자는 DJ를 보며 몸을 흔들었다. 내 눈 앞에서 소연이의 엉덩이가 다른 남자의 자지에 부벼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짜증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소연이도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싫은 것 같아보였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 말라는 눈치도 안 주고 왜 가만히 있냐고 소연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쪼잔하게 보일까봐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남자가 소연이에게 부비부비하며 좋다고 실실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나는 소연이와 자리를 바꾸었다. 그리고 소연이를 돌려세워 내가 소연이를 부비부비할 수 있는 자세로 만들었다. 이로써 소연이의 엉덩이는 완벽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연이에게 다른 사람의 자지가 아닌 나의 자지를 느끼게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소연이의 허리를 감싸 안고 슬슬 리듬을 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내 자지는 소연이의 탱탱한 엉덩이를 느끼며 점점 딱딱해졌다. 커질 대로 커진 내 자지는 소연이의 엉덩이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고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나는 소연이 엉덩이골 사이로 불끈 선 자지를 정착시키고 소연이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를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내 귀에 대고 말했다.
“힘들어. 나 좀 쉴래.”
“그럴래? 잘 따라와.”
나는 소연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소연이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덥지?”
“응.”
“맥주 마실래?”
“그럴까?”
“2층으로 갈래?”
“그래.”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바에 가서 티켓을 내고 병맥주 두 개를 받았다. 맥주를 들고 우리는 1층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으로 가 기대어 서서 맥주를 들이켰다. 나는 다른 애들이 어디 있는지 찾았지만 현준이만 보였고, 나머지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도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관심을 거두고 무대를 누비는 현준이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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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이는 발정난 개처럼 헐떡이며 암캐의 냄새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현준이의 근처에는 세 명의 여자가 무리지어 있었고, 이미 그녀들 뒤에는 남자들이 한 명씩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이는 미련이 남는지 흘끔흘끔 쳐다보며 틈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소연이도 현준이를 찾았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현준이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어, 보고 있었어. 근데 다른 애들은 안 보이네.”
“1층에서 쉬고 있는 거 아냐? 내려가 볼까?”
“그럴래?”
난 현준이가 무얼 할지 궁금해 더 보고 싶었지만 소연이에게 이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1층과 2층 사이에서 재훈이와 예진이, 지철이, 시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란히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갱스터라도 된 듯 껄렁거리며 재훈이에게 인사했다.
“what's up, man."
"Sup."
재훈이도 건들거리며 내 인사를 받아주며 하이파이브를 했고, 우리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는 예진이에게도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들며 같은 인사를 건넸지만 예진이는 비웃을 뿐 받아주지 않았다. 지철이는 손을 휘휘 저으며 애초에 내 인사를 차단했다. 마지막 남은 시은이에게 눈을 돌리자 시은이는 받아줄 듯이 손을 들었지만 나는 악수를 청하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반가워.”
시은이는 내 손바닥을 꼬집으며 눈을 흘겼고, 나는 시은이에게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메롱 하고는 소연이와 그들 옆에 앉았다.
나는 시은이에게 맥주를 내밀며 말했다.
"마실래?“
“좀 전에 마셨어.”
“그럼 잠깐만 들고 있어봐.”
시은이는 내 맥주병을 받아들었고, 나는 신발 끈을 고쳐 묶으며 말했다.
“버려.”
시은이는 맥주병으로 내 허벅지를 짓눌렀다. 나는 아파서 다리를 옆으로 빼냈고, 그 바람에 맥주병이 미끄러지며 시은이의 몸은 휘청거렸다. 나는 재빠르게 시은이의 몸을 잡았다. 시은이와 내 볼이 닿을 듯 말 듯 하고 있었고, 시은이의 숨소리가 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나는 시은이를 밀치듯 하며 몸을 세워주었다. 시은이는 고개를 숙이고 맥주병을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나는 시은이의 손에서 맥주병을 낚아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때? 재밌어? 처음이라 기대 많이 했잖아.”
“어? 어……. 재밌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
“왜 짜증나?”
“그냥 뭐…… 남자들이 뒤에 와서 들러붙으면 좀 그래.”
보아하니 시은이는 남자들이 찝쩍대는 걸 못 이기고 금방 뛰쳐나왔을 것 같다.
“처음엔 그렇다가 나중엔 익숙해질걸? 퇴치하는 법도 터득하게 될 테고.”
“어떻게 퇴치하는 거야?”
“노려보거나 대놓고 하지 말라고 말하면 돼.”
나는 말이 끝날 쯤에 고개를 돌려 소연이를 쳐다보았다. 소연이도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결의에 가득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넌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많이 당해봤어?”
“친구들이 얘기해줬어. 나도 처음인데 알 리가 없잖아.”
“거짓말 하시네.”
“진짜일 걸? 윤호가 클럽은 시시하다고 나이트만 다닌다고 했어.”
재훈이가 불쑥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며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뭐, 뭐야? 아니야. 나 나이트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시은이와 소연이가 양쪽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클럽은 두어 번 와봤는데 나이트는 진짜 한 번도 안 가봤어.”
“갈 수도 있지, 뭘 그거 갖고 그래?”
노려볼 때는 언제고 아무렇지 않은 일인 것처럼 소연이가 말했고, 나는 괜히 혼자 오버하는 꼴이 되었다.
“춤이나 추러 가자.”
내 말에 그 누구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소연이는 그런 날 보며 말했다.
“왜? 놀고 와.”
“너 여기 있는데 나 혼자 가?”
“괜찮아. 얘네랑 같이 있음 돼. 가서 놀아.”
“그럴까?”
나는 고개를 돌려 계속 말했다.
“너네들 안 갈 거야?”
재훈이와 예진이, 지철이는 손을 가로저으며 거절했고, 시은이는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시은아, 안 갈래?”
“가고 싶기는 한데…….”
“그럼 가자. 일어나.”
시은이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 치근대는 게 싫어 꺼리는 것일 텐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시은이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우리는 1층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져 바 근처까지도 밀려있었다.
“2층으로 가서 내려가자.”
나는 시은이를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도 사람이 많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춤추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나는 시은이를 이끌고 난간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사람들끼리 얽히고설켜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뚫고 가려면 힘들겠다. 조금 이따 내려가자.”
“알았어.”
우리는 성냥갑 속에서 둥실 둥실 춤추고 있는 성냥들을 내려다보며 같이 리듬을 탔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는데 현준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부비부비 할 상대를 찾고 있는지 이리저리 파고들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내 타겟을 발견했는지 두 명의 여자가 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두 명의 여자 뒤에는 늑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 덕에 누구 하나 제대로 부비부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남자들은 파고들 생각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티고 있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옆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고작이었다. 저런 상황에서는 용기 있게 나서서 여자 뒤에 붙는 것이 유리한데 그러기에는 그들은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인가 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재미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준이는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을 용케도 뚫고 들어가 한 여자의 뒤에 섰다. 저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저러다가 시비 붙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머지 늑대들은 현준이가 여자 뒤에 제대로 자리를 잡자 슬금슬금 물러나며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현준이는 여자 뒤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부비부비를 하며, 그녀에게 무어라고 속삭였다. 그들은 마음이 맞았는지 꽤나 오랜 시간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시은이를 버려두고 뛰어들어 부비부비를 하고 싶었다. 시은이는 내 마음을 읽고 내가 자기를 혼자 두고 갈까봐 걱정이 됐는지 내게 말했다.
“내려가고 싶어?”
“응. 가볼까?”
“그래.”
“내 손 꼭 잡고 조심히 따라와.”
난 시은이의 손을 잡고 길을 트며 계단을 내려갔다. 부비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자의 감촉을 느끼고 싶어 여자가 있는 곳까지 갔지만 시은이가 옆에 있어 그 여자 뒤에 붙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쉬웠지만 그냥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춤을 추었다.
시은이는 내 옆에 서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시은이의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용감한 늑대 한 마리가 시은이 뒤에 붙어 섰고, 시은이는 잔뜩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매서운 시은이의 눈을 본 남자는 움찔하며 물러났고,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다음 남자가 뒤로 와서 섰다. 시은이는 한숨을 내쉬며 또다시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며 눈치를 줬지만 남자는 모른 체하며 계속 자지를 들이밀고 서있었다.
“저리 치워요.”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시은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남자는 시은이를 미친 여자 보듯 쳐다보고는 자리를 옮겼다. 시은이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진 채로 펴질 생각을 않고 있었다. 나는 시은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내가 네 뒤에 서 있을까?”
“그래줄래?”
나는 시은이 뒤에 자리를 잡고 서서 완벽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시은이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고, 나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우리는 비트에 몸을 맡긴 채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압박 때문에 시은이와 나 사이의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새 내 자지는 시은이의 엉덩이에 밀착되었고, 나는 미안해서 시은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미안해. 사람들이 너무 밀어서……. 불편하면 밖으로 나갈까?”
“아냐, 아냐. 괜찮아.”
그나마 다행인 건 자지가 서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도할 때가 아니었다. 자지가 점점 부풀었고, 나는 너무 민망해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시은이는 내 자지가 섰다는 걸 느꼈을 텐데도 모른 척 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있기에는 불편해 나는 이만 나가고 싶었다. 시은이가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반쯤 뒤돌아보았지만 내 눈은 마주치지 못하며 말했다.
“나가자. 너무 더운 거 같아.”
“그럴까?”
나는 시은이의 손을 잡아 사람들을 헤집고 나갔다. 우리는 아까 쉬고 있었던 의자로 갔지만 친구들은 춤을 추러 간 건지 아무도 없었다. 시은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숨을 돌렸다. 우리 사이에는 침묵과 함께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참다 참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아깐 나도 모르게…… 미안해.”
“괜찮아. 그게 네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
“괜찮대도 그러네. 근데 내가 남자였어도 그랬을까?”
“그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까…….”
“그럼 내가 여자로 생각되긴 해?”
“물론 네가 친구이긴 하지만 여잔 여자지.”
“그래? 그렇구나.”
시은이는 알 듯 모를 듯한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너한테 다른 감정을 갖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하지 마.”
“말 안 해도 알아.”
“나는 혹시나 네가 모르고 오해할까봐…….”
시은이의 표정은 차가워졌고, 말투 또한 쌀쌀해졌다.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확인시킬 필요 없어.”
시은이의 차가운 표정을 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따뜻한 몇 마디로 시은이의 표정은 풀렸고,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워놓고 다른 친구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한참이 지났음에도 친구들은 나올 생각을 않고 있었다. 얼마나 재밌게 놀고 있기에 나올 생각을 않는지 보고 싶어 시은이를 이끌고 2층 난간으로 갔다.
친구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재훈이는 혼자 음악에 취해 있었고, 소연이와 예진이는 둘이서 쿵짝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철이는 이도저도 아니게 중간에 걸쳐져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보고 있는 동안 소연이와 예진이의 뒤에 몇 명의 남자들이 거쳐 갔다. 소연이와 예진이는 남자들에게 대응하는 방식이 비슷했다. 남자가 뒤에 붙을 때까지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밀착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거나 손이 몸을 더듬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어중이떠중이로 있던 지철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연이에게 다가간 지철이는 소연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닥였다. 그 말에 소연이는 활짝 웃었고, 지철이는 몇 마디 더 속닥였다. 얘기는 끝난 것 같았지만 지철이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소연이의 약간 비스듬한 뒤쪽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철이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 지난 지금 결과만 놓고 보니 소연이의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아주 조금씩 치밀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모르는 남자였다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밀착도였지만 지철이라 그런지 가만히 놔두는 소연이였다.
“지철이, 소연이한테 왜 저래?”
“응? 뭐가?”
“안 보고 있었어?”
“아, 저거? 춤 추다보면 저럴 수도 있지.”
나는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그들 사이에 떨어져 갈라놓고 싶었지만 시은이에게는 마음이 한없이 넓은 남자인 양 말했다. 시은이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계속 얘기를 꺼냈다.
“질투 안 나?”
“질투는 무슨…….”
“너 소연이 안 좋아해?”
“소연이를 믿는 거지.”
시은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나도 그들의 행위에 눈길을 떼지 않았다.
지철이의 손이 순간적으로 소연이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처럼 보였다. 팔을 움직이다가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것은 분명 의도적인 움직임처럼 보였다. 한 차례 더 지철이의 그런 행위가 있었지만 소연이는 눈치 채지 못한 건지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도 지철이의 더 한 행위는 없었고, 그들끼리 몇 마디 속닥이더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도 시은이와 함께 아까 쉬던 자리로 내려갔다. 소연이와 지철이, 재훈이, 예진이가 나왔고 현준이는 먼저 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도 클럽에서 나왔다. 그렇게 시은이의 첫 번째 클럽방문, 그리고 소연이와 내가 함께한 첫 번째 클럽방문은 끝이 났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소연이와 함께 클럽에 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는 교훈을 주는 클럽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