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의 그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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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6:02 조회 925회 댓글 0건본문
"맛있져?"
"아 저는 부어먹는건 별로...흡!!"
"만두도 드세여"
"아히!! 하힉 흐허훈헤!!(아 썅! 아직 뜨거운데!)"
만난지 2시간 밖에 안된 여자와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씹고 있는 시추에이션...
그것도 내가 극혐했던 부먹이라니...소스가 오자마자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유쾌하게 랩을 벗겨 탕수육 튀김에 호탕하게 부어버리는 그녀.
"헐..."
"왜요? 문제 있어요?"
"네, 엄청 크게 있는데요..그걸 거기에 부어버리면 눅눅해져서 무슨 맛으로 먹어요?"
"근데 아이팟은 왜 사시는거에욤? 꼭 필요하신거에여?"
나의 필사적인 항변은 상쾌하게 묵살되었고 그녀는 소스에 잠겨버린 고기들을 휘적거리며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야 요즘 인기있잖아요 아이팟...아아!! 파인애플이 제일 맛난건데 그것만 건져먹으면!!"
"나는...(우물우물)...누구 선물줄라고 그게 꼭 필요하거든요..(우물우물)..요즘 서울시내를 다 뒤져도 재고가 다 빠져..(우물우물) 서 찾기가 힘들(우물우물) 었거덩요"
자기주장에 한창인 와중에도 그녀는 소스 사이에 잠겨있는 파인애플 조각을 귀신같이 골라먹으며 나의 필사적인 반항(젓가락질)을 차단하기 이르렀다.
"근데 몇쌀?"
"스물 하나요."
"오, 갑이네. 그럼 친구먹자??"
"헐...."
오늘 두번째 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
.
.
.
"잘먹었따아!!"
탕수육 (대) 한접시가 순식간에 동이날동안 그녀는 왜 내게 아이팟이라는 존재가 필요한가를 열심히 역설(이라기 보다 그것은 약장수들의 멘트 그것같았다)해왔고, 마지막 튀김 조각을 선심쓰듯 양보하며 그녀는
"그러니까 니가 한번만 양보해주지 않을래?? 오늘 꼭 그걸 구해야된단말야앙."
"아니 이 분이 어디서 애교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솜털이 살짝 곤두서게 만드는 아양을 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댁은 친구 생일선물로 그게 오늘까지 꼭 필요하다는거죠?"
"응응, 그리고 댁이 아니라 혜진잉"
"굳이 그렇게 격렬하게 끄덕이지 말고 대답만 해도 되요."
"웅웅!!"
"..........남자친구??"
"웅웅!! 웅?? 아니이...남자친구는 아니고호.."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그녀의 손목과 말투가 살짝 꼬이기 시작했고
옳커니 싶었던 나는 기세를 몰아.
"아~ 남자친구우? 이야~ 지극 정성이네!! 부럽네요!!"
"남친 아니라고!! 노 남친!! 저스트 후렌드!! 짝사랑하는 동네오빠야!"
"헐......애인도 아닌데 선물로 주기는 좀 쎈거 아님?"
어느샌가 나도 슬슬 말을 놓기 시작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야 이정도 투자야 해야지..헤헤.."
불과 오분전까지 호방하게 탕수육을 헤치우던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
수줍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는 테이블에 만원짜리 새지폐를
수를 세어 올려두었다.
"좋아좋아, 정가보다 만원 더 추가!! 그리고 밥은 내가 사는걸로!!"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그쪽이 사겠다고 해서 온..."
"자!! 여기 받아!! "
내가방에 지폐뭉치를 쑤셔넣으며 아이팟을 강탈해가는 그녀.
"고마워어..히히히.."
무언가 엄청난 보물이라도 찾아냈다는 표정이로군...음..저 표정을 나는 "황홀"이라고 이름짓겠어..그나저나 진짜 감정표현이 확실한 여자네..
"저기요..아니 저기 말야."
"응?'
"폰 번호, 알려줘..나중에 돈 문제라도 생기면 찝찝하니까."
내가 생각해도 조금 구차한 핑계같았지만 연락처 정도는
받아둬야겠다 싶어 궁색한 핑계를 대며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임자 있는데..."
"아 이아가씨 진짜 갑자기 진지해지네!! 그냥 뒤탈 없이 거래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폰번호 찍어주세요!!"
"농담임...ㅋㅋㅋㅋㅋ 자 여기!"
순식간에 내 폰에 자기 번호를 남기고 내게 핸드폰을 내미는 그녀
거기에는
[섹시한혜진님☆★ 010-xoxo-xoxo]
헐...
"저기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자 그럼!! 또 만나용~ 오늘 고마워어!!"
성급히 짐을 챙겨 떠나려는 그녀.
아무래도 아까 식사중에 말했던 [선물포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는 듯 했다.
그렇게 폭풍같은 식사가 끝나고, 중국집에 홀로 남겨진 나는
빈 탕수육 접시와 그녀의 연락처, 그리고 생각보다 만원이 비는 그녀의 돈봉투를 다시 세어보며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생각을 정리하느라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하....폭풍같은 여자구만..."
중얼거리며 돈봉투를 다시금 세어보는 것이었다.